사회 사회일반

"정규직 시간제 서두르단 필패"

개념 비슷한 '반듯한 시간제' 단순 업무 그쳐<br>시범사업 통해 확실한 모델 수립 후 진행해야

정부가 지난 4일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며 비장의 카드로 제시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가 이미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2010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근로자의 부정적인 인식과 회사 측의 제도 이해 부족 등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채용한 시간제 일자리가 단순 보조업무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정규직 시간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이전에 '반듯한 시간제'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먼저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는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공공기관에 유연근무제를 적용하면서 그 방안의 하나로 도입했다. 정규직 근로자와 같이 기간에 제한이 없고 임금ㆍ복리후생에서도 차별이 없는 시간제로 박근혜 정부가 소개한 '정규직 시간제'와 개념이 똑같다.

3년이 지났지만 확산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지난해 상반기 5,949명을 시간제로 채용했으나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는 그 가운데 159명에 그쳤다. 그나마 반듯한 시간제로 뽑은 인력도 대부분 전산 관리, 민원 처리, 업무 보조 등 단순 업무에 그쳤다.

공기업 중 최초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한 한국전력공사는 17명을 6직급으로 뽑았다. 6급은 단순 업무 보조를 수행하는 직원으로 한전은 지난 10년간 6직급을 뽑지 않았다. 정부 지침에 못 이겨 떠밀린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게 한전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해 말까지 각각 25명, 6명을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로 뽑은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도 이들을 단순 업무에서만 활용하고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주로 경리 업무에, 심평원은 민원 접수, 문서 수발 등에 활용했다.


전문가들은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가 정착하려면 기존 전일제 정규직 근로자들을 시간제 정규직으로 전환함으로써 근로 시간을 줄이고 단축된 시간에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가 새로 들어오는 시스템이 갖춰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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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근로자에게 각자의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을 단축ㆍ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되 근로시간 단축에도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율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면적 시행 이전에 시범 사업을 해볼 것을 권한다.

배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의 경우도 시간제 모델이 정착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당장 전면적으로 시행할 것이 아니라 몇몇 기관에 우선적으로 적용해보고 시행착오를 수정해 확실한 모델이 수립되면 이를 전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93만개 달성이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말 것도 당부한다.

박진희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이번에 발표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정책은 정책 타깃이 분명하고 법 제정 등 실질적인 방안을 담고 있어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 전환과 채용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력을 소홀히 할 경우 '반듯한 시간제'와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 무리하게 공공 부문 인력 감축을 밀어붙여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규직 시간제 정책도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일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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