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韓銀 금리인상 타이밍 '딜레마'

[생산자물가 16개월만에 최대] <br>인플레 미리 대비하자니 유로존 위기가 발목<br>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發 아이언인플레 현실화 우려<br>통화 유통속도도 빨라져

8일 나온 한국은행의 '5월 생산자 물가'는 한국은행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할 듯싶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은으로서는 경기회복과 맞물려 드세지는 인플레이션의 파고를 동시에 마주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유로존의 위기라는 대외 상황을 명분으로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동결시키고는 있지만 현 상황은 자칫 통화정책의 실기(失期)로 이어지기 딱 좋은 환경이다. ◇'아이언인플레이션' 현실화하나=지난달 물가 상승폭은 단순하게 전달과만 비교하면 놀랄 수준은 아니다. 전달 대비 0.5%의 상승률은 지난 4월의 0.8%에 비해 오히려 낮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다른 분석이 나온다. 7개월째 상승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4.6%라는 급등세를 기록했다는 점이 영 개운치 않다. 더욱이 지표상의 물가 수준뿐만 아니라 물가를 오르게 한 내용적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철광석 가격 상승이 철강제품과 비철금속 제품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여타 산업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아이언인플레이션(Iron+Inflation)'의 징후가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할 경우 1차 비철금속 제품은 상승률이 무려 35.3%에 달했는데 니켈은 114.1%, 전기동은 44.1% 등으로 말 그대로 폭등이었다. 전달과 비교할 때도 1차 철강제품이 7.4%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열연강대가 25%, 니켈이 23.3%, 선재가 21.1%, 스테인리스냉연강판이 16.4%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산품은 전달보다 1.0%, 전년 동월 대비 5.9%나 올라갔다. 추세적 흐름을 좀더 봐야 하겠지만 지난달 상황만 놓고 보면 영락없이 아이언인플레의 조짐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깊어지는 한은의 고민=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 한은이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정례 회의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며 "국내총생산(GDP)도 실질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웃돌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동시에 드러낸 것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나온 지표는 김 총재의 이런 예측과 맞아 떨어지고 있다. 1ㆍ4분기 GDP 성장률이 잠정치 기준으로 8%를 넘은 상황에서 생산자 물가가 높게 나온 것이다. 생산자 물가가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마당에 통화 유통속도까지 빨라지고 있다. 결국 통화 당국이 책임을 다하려면 뻔히 보이는 인플레이션에 대처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하지만 유로존의 위기가 계속해서 발목을 잡고 있다. 두더지 게임을 연상하게 하듯 이곳저곳에서 불거지면서 위기가 재생산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보니 행동(금리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유로존 문제를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통화 정책의 타이밍 실패라는 비판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인플레이션을 확인한 후에야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고민은 이래저래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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