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도재벌」이 남기는것/서건일 중기연 초빙연구위원(여의도 칼럼)

지금 재계는 한보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날 틈도 없이 극심한 부도도미노 공포에 휩싸여 있다. 우성·건영·유원 등이 차례로 쓰러지고 한보·삼미·삼립에 이어 또다시 진로와 대농이 부도방지협약 적용대상이 되면서 그 파장이 확산되는 분위기다.증권금융가에 꼬리를 무는 자금악화설, 부도루머, 그로 인한 주가폭락과 금융권의 경쟁적 무차별 자금회수 등으로 마침내는 서로가 서로를 못믿는 「신용공황」이란 가공할 현상도 생겨나고 있다. 부도징후기업은 얼마나 되며 앞으로 얼마나 더많은 기업이 쓰러질 것인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워낙 덩치가 크고 잘 나가던 재벌그룹들의 도산이라서 멀쩡하던 누각이 갑자기 무너지는 것을 보는것처럼 황당하고 허망스럽다. 이번 기회에 개벌기업들이 안고 있는 외화내빈의 허구를 냉철히 벗겨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그 구조적 취약점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란 비판이다. 경제발전의 견인차에서 이제는 경제운용의 큰 걸림돌이 되어버린 재벌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입안, 산업구조의 틀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재벌들은 두말할 것 없이 거품경제시대의 방만한 경영습성을 버려야 할 것이다. 또 감량의 질적 구조개선에 실패하는 기업은 과감히 도태·정리돼야 마땅하다. 사실 30대 재벌그룹의 재무구조는 상당히 악화돼 있는 상태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평균이익율이 0.17%에 불과하며 한해 1천억원이상 적자를 낸 그룹이 6개나 된다. 총부채가 2백70조원으로 부채비율이 많게는 3천%, 적게는 수백%에 이르고 있다. 빚얻어 이자갚고 살림 늘리는 차입경영, 문어발식 확장경영을 일삼다보니 이익이 날리 없다. 빚이 많아 적자내고 적게 버니 빚만 느는 부실경영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정부는 「벤처중소기업지원특별법」을 제정한데 이어 「지방중심의 경제활성화대책」을 내놓았다. 이제까지의 재벌중심, 수도권편중의 산업경제정책의 축을 기술집약 중소기업과 지역경제의 핵심인 지방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전환해 나가는 새로운 구조개선전략이란 점에서 관심을 끈다. 경제위기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덩치만 키운 재벌누각이 허물어지는 대신 작고 아름다운 많은 중소기업초옥이 생겨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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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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