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PC업체들이 거둔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에 비해 10% 줄어든 150만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파이가 커져도 시원치 않은데 오히려 줄어들었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업체들은 정부의 PC 수요(행망)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늘어놨다. 또 데스크톱 PC는 감소했지만 대신 노트북 PC가 많이 늘었다며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현재 75%이상 보급된 PC는 신규 수요를 찾기 힘든 정체시장이다. 더욱이 유일한 활로라고 할 수 있는 대체수요마저 한계를 보이고 있다. 펜티엄 프로세서 수준만 되면 웬만한 PC작업을 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기존에 시장 확대를 주도한 기술혁신도 이제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PC 산업 자체가 이미 근본적인 위기국면에 접어들었으며 단순히 몇대 더 파는 짧은 아이디어로 해결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요즘 PC업체들이 내놓는 수(手)를 보면 기사회생의 묘수라기보다는 자신의 목을 죄는 자충수라는 생각이 든다.
업체들은 현재 2GHz급 데스크톱 PC 99만원, 구형 PC 최고 50만원 보상판매 등 오직 가격에 초점을 맞추는 할인 공세만을 펼치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인텔이 프로세서 가격을 대폭 내린 것을 감안하더라도 파격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최근 노트북 전문 웹사이트인 노트북 인사이드에서 브랜드 선호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삼성ㆍ삼보ㆍ현주 등 굴지의 PC업체들은 외국 브랜드에 형편없이 밀리며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소니ㆍ컴팩ㆍ도시바 등 외국 브랜드는 각각 2ㆍ3ㆍ4위를 차지했으며 실제 판매실적에서도 약진했다.
여기에 델컴퓨터ㆍHP 등은 맞춤형 온라인 주문제라는 것을 들고 나와 거세게 몰아부칠 태세다.
국내 PC업계는 분명히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업계가 위기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기석<정보통신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