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유업계, 출혈경쟁 위험수위

국내 석유제품 시장이 사실상 출혈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최근 정유업계내 가격인하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석유제품가격이 잇따라 속락, 위험수준까지 접근하고 있다. 이같은 가격하락은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울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석유제품의 공급과잉 상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4사는 지난 1일 등유, 경유 등 휘발유를 제외한 3개 유종과 산업용 벙커 C유를 ℓ당 20원 안팎으로 인하하는 조치를 전격 시행했다. ◇인상요인은 어느 정도인가= 사실 정유 업계는 정부의 석유제품 탄력세율 환원과 함께 가격동결 요구에 내부적으로 강하게 반발해왔다. 정부의 세율 환원에 따라 세금인상분으로 ℓ당 39원(교통세, 교율세,주행세, 부가세 등)의 인상요인이 발생했다는게 업계의 주장이었다. 이는 전월에 비해 배럴당 2.8달러 하락, 23.4달러를 기록한 4월 원유도입단가와 달러당 1,131원에서 1,120원으로 오른 환율절상분 등을 감안하더라도 최종가격에선 휘발유 24원 등유 10원을 인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또 경유는 적어도 현상유지는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SK 관계자는 『적정 이윤율을 은행 예금금리 수준인 9% 정도라고 볼 때 이번 가격인하로 수익이 사실상 적정 이윤율 이하로 떨어지게 됐다』며 『사실상 출혈 경쟁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가격인하로 정유업계 전체는 5월 한달간 1,200억원 가량의 수지악화를 겪게될 전망이다. ◇원인은 공급과잉이다=이같은 출혈경쟁은 무엇보다 정유업계의 공급과잉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상압증류시설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 연말기준으로 국내 정유업계의 원유 정제능력은 일일생산량기준으로 총 249만 배럴이다. 반면 수요는 200만배럴로 현대정유, 쌍용정유 등 후발업체의 하루 생산량과 맞먹는 일일 50만배럴 정도의 공급과잉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종별로는 휘발유가 생산 20만8,000배럴에 수요 17만5,000배럴로 90%에 육박하는 반면 경유는 공급 대비 냇가 58% 수준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이같은 공급과잉에 따라 후발업체들이 시장점유율 변화를 위해 가격인하를 주도하면서 출혈경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산업자원부는 이에 대해 『기간산업인 석유산업의 건강성을 위해 출혈경쟁 등 「파멸적 경쟁구조」가 발생하는지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현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산업 기반에도 심각한 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 입력시간 2000/05/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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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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