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꽃이 온다. 지난달 중순께 제주도를 시작으로 부는 꽃바람이 들불 번지듯 북상한다. 맞춘 듯이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도 지난해 이맘때 발표된 곡임에도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온다.
설레는 마음이야 봄 처녀뿐이랴. 꽃잎이 터지는 길목마다 상춘객들이 몰려들고 주말이면 꽃향기 가득한 곳곳에 자동차와 인파로 북새통인 것은 당연지사. 애당초 마음을 접고 요즘 잘 닦여 있다는 4대강 종주 자전거도로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비육지탄(髀肉之嘆). 자전거가 창고에서 녹슬어가는 동안 앙상해진 허벅지와 장딴지근육을 보노라면 한숨만 나온다. 장거리를 떠나 꼭 있게 마련인 급경사도 두렵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전기자전거에 부쩍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기자전거의 최대 장점은 무엇보다 출퇴근용이든 레저용이든 체력적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를 서너 시간 충전해 대략 60㎞ 정도 달릴 수 있고 남산길 주행도 무리 없는 동력을 갖췄다. 게다가 편도만 지하철을 이용하면 춘천 나들이 정도는 문제 없는 수준이다.
서울경제신문은 국내 자전거업계 양대 업체 중 하나인 알톤스포츠(옛 코렉스)를 통해 전기자전거 시승 기회를 가졌다. 이 자전거는 언뜻 보기에 배터리가 장착된 프레임 부분이 다소 두꺼워 보일 뿐 기존 자전거와 큰 차이가 없다. 무게도 배터리 2~3㎏가 늘어난 정도다. 충전은 배터리팩을 분리하거나 자전거 본체에 어댑터만 연결하면 된다.
약간의 주의사항을 듣고 곧장 페달을 밟아봤다. 한 바퀴 반쯤 돌았을까 슬쩍 자전거를 밀어주는 듯한 반동이 느껴진다. 바로 페달보조시스템(PAS) 방식이다. 체인과 닿는 구동축에 센서가 달려 있어 페달에 무게가 느껴지면 모터가 작동한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자동으로 전원이 끊어진다. 안전장치다. 또 국내법에 맞게 시속 25㎞ 이상이면 모터가 작동되지 않게 제한돼 있다.
옵션으로 제공하는 스트롤 레버를 장착하면 스쿠터처럼 레버 작동만으로 움직일 수 있다. 물론 배터리가 방전되면 일반 자전거처럼 페달 주행이 가능하고 평소에도 운동효과를 보려면 전원을 끈 상태로 사용하면 된다.
출발지인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를 빠져 나와 성내천을 통해 한강변에 접어든다. 아직은 PAS 1단만 설정해도 충분하다. 느긋하게 발을 놀려도 시속 15㎞ 정도는 유지된다. 출발점인 백제고분로에서 성내천을 지나 한강변으로 30분여를 달린다. 올림픽대교~광진교를 지나 8㎞ 정도 지나니 암사대교 공사현장이 나오고 바로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나온다.
PAS를 5단으로 올린다. 같이 나선 사진기자 입에서 '이야' 하는 탄성이 나온다. 옆을 지나는 잘 갖춰 입은 라이더들은 엉덩이를 바짝 치켜들고 여느 아가씨 허리만 한 허벅지로 힘겹게 페달을 밟는다. 유유히 옆을 시속 20㎞ 남짓한 속도로 지나가는데 낮은 헛바람 소리 정도의 소음만이 우리가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음을 증명한다.
등에 멘 가방이 조금씩 무게로 느껴지고 익숙지 않은 안장과 핸들 높이가 몸으로 느껴질 즈음 서울 경계를 벗어난다. 미사리 조정경기장과 카페촌 즈음에서 시간을 확인했다. 20㎞ 정도 거리에 1시간쯤 걸렸다.
알톤스포츠 관계자는 "PAS를 최고 단계로 놓고 달리면 3시간 정도면 양평도 간다"며 "지난해 모 매체 기자가 부산까지 4대강 종주 코스를 달렸는데 한 번 충전에 100㎞도 거뜬하다는 얘기까지 했었다. 일반적으로 그 정도는 힘들겠지만 북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강촌이나 대성리ㆍ춘천까지 다녀오는 코스는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말 개통된 경기도 남양주 북한강 철교~가평~춘천 신매대교 70㎞ 구간은 북한강 수변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전 구간 이동이 부담스러우면 경춘복선전철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수도권 당일 전기자전거 여행지로는 안산 시화 갈대습지공원~한양대 안산캠퍼스 코스, 반포대교~행주산성 한강변 코스, 공항철도를 이용해 영종도를 다녀오는 코스가 손꼽힌다. 특히 한강변 코스는 야경이 아름다워 해질 무렵 출발하는 편이 더 좋다.
바야흐로 꽃놀이 철. 기상청은 이달 날씨가 예년보다 높은 영상 11~14도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개나리ㆍ산수유ㆍ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고 곧 벚꽃도 흐드러질 것이다. 주말이면 북새통인 고속도로를 피해 이참에 전기자전거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