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융불안 진정됐지만 긴장 풀어선 안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심하게 흔들렸던 국내 금융시장이 위기 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한때 1,600포인트대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다시 1,900선으로 올라섰고 1,200원선에 육박했던 원ㆍ달러 환율도 1,100원선에 근접했다. 국내 증시를 흔들었던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진정되면서 국가신용도를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 26일 현재 151bp(1bp=0.01%)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만회했다.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것은 무엇보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큰 고비를 넘기면서 진정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디폴트에 직면한 그리스의 부채탕감 등을 비롯해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1조유로로 확충하는 데 획기적인 진전을 이뤘다. 이와 함께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과거보다 한층 튼실해지고 당국의 위기대응능력이 강화된 점도 이번 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둔화 등으로 금융시장이 심하게 흔들리기는 했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된 기업들의 수출호조로 경상흑자 지속과 3,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등 우리 경제의 근본체질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일본ㆍ중국 등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외화조달을 늘림으로써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한 불안심리를 차단했다. 전문가들은 8~9월과 같은 글로벌 금융쇼크는 없을 것이며 국내 시장도 대체로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30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건전성을 높여야 하는 유럽 은행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역외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더 큰 걱정은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옮겨붙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국가들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긴축강도를 높이고 있고 미국ㆍ중국 등의 경기둔화로 실물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실물경기가 위축되면 금융시장도 다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비해 외화유동성을 꾸준히 늘려나가는 동시에 실물경기의 둔화를 저지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