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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금융투자업계에 쓴소리를 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사들도 이제는 과감하게 매도 리포트를 낼 수 있어야 하고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황 협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CFA코리아-대신컨퍼러스' 기조연설에서 "조선·정유·화학·자동차 등은 세계 5위권 수준으로 발전해왔지만 금융은 그렇지 못하다"며 "증권사에서 과감하게 매도 리포트를 내지 못하고 임원들은 회사의 영업이익을 투자자 보호보다 우선하면서 성과 지향적이고 투기적인 자본시장이 만들어진 탓"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황 회장은 특히 이날 씨티증권이 제일모직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낸 것을 예로 들어 관심을 끌었다. 제일모직 기업공개(IPO)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한 씨티증권은 제일모직의 주가 수준이 과열돼 있다며 투자의견 '매도', 목표가는 11만8,000원을 제시했다. 이는 주가가 현재보다 20% 정도 빠져야 한다는 의미로 국내 증권사들의 목표가(15만~21만원)와도 차이가 있다.
황 회장은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고평가돼 있거나 회사가 부실하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매도 리포트를 쓸 수 있어야 하고 회사는 애널리스트들이 자신 있게 리포트를 쓸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리포트를 읽고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매도 의견을 내는 것이 당장은 쉽지 않고 불편한 일이라도 투자자 보호와 장기적인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의 규제 완화 목소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황 회장은 "정부의 과잉 규제로 금융산업이 정체됐다고 하지만 이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과거 규제를 완화한 후 카드사태와 동양사태 발생해 문제가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금융투자업계 자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업계 스스로 투자자 보호와 컴플라이언스를 지키는 노력을 기울일 때 금융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