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대륙의 DNA, 완력자랑

기원전 108년 한나라 무제가 고조선을 침략해 4군을 설치하고 우리땅을 지배했다. 수나라의 문제와 양제는 고구려를 침공했다. 당나라 태종도 두 차례나 고구려에 쳐들어왔다. 몽골에서 일어나 중원을 삼킨 원나라는 고려를 점령했다. 만주족의 청나라도 조선을 유린하고 삼전도의 치욕을 안겼으며 구한말까지 상국 노릇을 했다. 이들의 한반도 침략에는 공통점이 있다. 한족이든 이민족이든 대륙을 통일한 왕조라는 점이다. 하나로 뭉쳐 힘이 생기자 주변국을 정벌해 수중에 넣으려 한 것이다. 中 통일제국의 한반도 침략사 최근 일련의 사태를 둘러싼 중국의 언행을 보고 한국과 중국, 대륙과 한반도의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지난 역사를 떠올렸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논리의 비약일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찜찜함을 감출 수 없다.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등에 대한 북한옹호는 백 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 쳐도 중국 어선 침몰사건과 우리 군의 서해 훈련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그들의 본색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국영해를 침범한 중국 어선의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 중국 정부는 우리의 사과와 책임자 엄벌, 배상을 요구했다. 적반하장이다. 서해훈련에 대한 언론의 논조는 오만을 넘어 협박조다. '그 동안 좋은 말로 타일렀는데 한국이 멋대로 행동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면 중국은 방법을 바꿔 손봐줄 필요가 있다. 손봐줄 지렛대가 많고 그 중 하나만 사용해도 짧은 시간 안에 한국사회를 뒤흔들 수 있다'(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 아우나 신하의 나라로 예를 다하고 조공을 바치지 않으면 치겠다는 옛 제국의 으름장을 연상케 하는 언행이다. 중국의 이런 위협은 힘에서 비롯된다. 그 힘의 축적과 행사과정이 과거 왕조와 똑같다. 근대에 서구열강에 찢기고 일제에 유린당하며 '동아병부(東亞病夫, 아시아의 병자)'로 조롱당했던 중국은 일본 패망 후에는 마오쩌둥의 공산당과 장제스의 국민당 간 내전으로 갈라졌다. 그러다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이 이겨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함으로써 다시 대륙통일 시대를 열었고 이후 개혁개방을 토대로 힘을 길러 지금 미국과 함께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강국으로 우뚝 선 것이다. 국제역학 관계 등을 볼 때 이제는 군사력을 앞세운 침공은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를 통한 힘자랑은 사정이 다르다. 중국의 힘은 세계의 소비시장이자 공장 역할을 통한 경제력에서 우러나온다. 한국을 손봐줄 지렛대도 경제를 두고 말한 것일 것이다. 아프게 당한 경험도 있다. 10여년 전 중국산 마늘에 긴급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휴대폰 수입금지로 맞서 손들게 만들었다. 한국뿐 아니다. 센카쿠 열도의 중국 어선 불법조업 문제는 희토류 수출중단으로 일본을 굴복시켰다. 달라이라마 면담으로 신경을 건드린 프랑스는 에어버스 구매협상 취소로 무릎을 꿇렸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는 국채매각으로 맞선다. 경제력 횡포에 맞설 힘 길러야 연평도 사태 등을 거치며 미국 편중 외교의 수정, 중국통 인재양성 등 대중외교력 강화의 목소리가 높다. 선린관계 유지와 이해상충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최우선이라는 점에서 일리 있지만 그건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중국대륙의 DNA에는 '힘이 커지면 한반도를 복속시키려 했던'의식이 흐르고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양국 간 경제교류가 확대되고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역으로 중국의 완력행사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힘을 길러야 한다. 시장다변화와 함께 중국이 우리상품 불매위협 대신 그걸 사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만들 정도가 돼야 한다. 해외자원 확보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중국도 알아둬야 할 게 있다. 한반도를 못살게 굴었던 왕조는 항상 말로가 불행했다는 사실을.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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