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제 '미래의 집'에서 산다] <3부 1> 영국 '베드제드'

닭벼슬 모양 굴뚝이 온도조절…냉·난방 해결<br>목재찌꺼기 이용 자가발전, 에너지 소비 충족<br>전기자동차 공동 사용등 생활방식도 '절약형'

석유와 같은 화학에너지를 사용하는 대신 환기시스템, 태영열을 통해 냉난방을 하는 영국 베드제드 단지 아파트. 지붕 위의 닭벼슬 모양 환기구(사진 원내)로 들어온 신선한 공기는 실내 공기를 순환시켜 쾌적한 온도를 유지해준다.

사람들은 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에너지를 소비한다. 불을 켜고, 에어컨 또는 보일러를 돌리고, 텔레비전, 컴퓨터와 갖은 각종 가전기기를 사용하고있다. 석유, 석탄을 이용한 화석연료를 이용한 에너지가 없이 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대의 주거문화에서 영국의 한 주거단지인 ‘베드제드(BEDZED)’는 ‘또 다른 집’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 런던 시내에서 남서부로 50분 가량 차로 달리면 저층의 주택가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만그만한 저층 아파트들이 들어선 조용한 주택가인 서튼(Sutton) 지역에서 알록달록한 닭벼슬 모양의 굴뚝을 지붕에 얹은 3~4층짜리 건물들이 눈에 띈다. 이곳이 바로 베드제드, 즉 화석에너지 제로 타운이다. 연간 6,000여명의 방문객이 찾는 이곳은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서는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모델하우스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현재 베드제드에는 90여 가구에 220여명의 입주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닭 벼슬 모양의 굴뚝으로 온도조절=베드제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지붕마다 세워져 있는 닭벼슬 모양의 굴뚝이다. 이 굴뚝은 실내 공기 온도 조절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굴뚝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회전하면서 실내로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공급한다. 여름에는 실외의 공기를 끌어들여 바람이 순환하도록 하면서 실내온도를 낮춘다. 신기한 점은 창문, 베란다 등 모든 문을 닫아야 닭벼슬 모양의 환기구가 작동을 하면서 실내온도가 낮아진다는 점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현지 낮 기온은 섭씨 27~29도 정도로 꽤 뜨거운 날씨였다. 그러나 베드제드의 실내로 들어서자 온도는 23도 안팎으로 일상생활하기에 쾌적한 수준이었다. 거실과 침실 지붕의 상당 부분이 거울로 만들어져 겨울에는 온실효과를 유도하도록 했다. 이곳으로 1년전 이사온 캔달 머레이씨는 “여름에 에어컨을 작동시킨 것처럼 시원하거나 겨울에 보일러를 돌린 것처럼 따뜻한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살면서 서서히 적응하게 돼 지금은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내 구조는 전면에 거실이 있고 3개의 방이 배치돼 있는 등 일반적인 집과 비슷했다. 태양광을 활용하기 위한 천 창이 군데군데 있고 특히 창틀이 사람이 앉을 수 있을 만큼 두꺼웠다는 점이 특이 했다. 벽에 특수 단열재를 두툼하게 넣어 벽두께만 거의 50cm에 이른다. ◇관리비 저렴=실내온도를 건축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가전기기, 온수 보일러를 돌리기 위한 전기는 별도로 필요했다. 베드제드는 화석에너지를 쓰지 않기 위해서 자체생산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주택 유리벽에 까만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해 태양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더욱 중요한 에너지원은 주거단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지어진 자가 발전소이다. 이 발전소의 에너지원은 인근 목재가공소에서 나오는 목재찌꺼기. 쉽게 말하면 나무를 때서 발전시키는 것이다. 소음, 공해 저감 장치가 발전기여서 우려했던 소음 등은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가동되고 있는 발전소 바로 옆에서도 조용한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소음이 적었다. 현재 이곳에는 매일 100kw를 생산하고 있으며 단지내에서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의 대부분을 충족시키고 있다. 따라서 관리비 역시 같은 규모의 다른 집들보다 60% 가량 저렴하게 나온다. 침실4개짜리 아파트(flat)의 경우 3년전 분양당시 25만 파운드 정도 였으나 현재는 35만 파운드 수준이다. 이는 인근에 위치한 집들보다 3분1가량 비싼 것이다. ◇생활 방식도 에너지 절약형=주민들간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한 설계 및 각종 프로그램 역시 눈에 띈다. 영국의 일반적인 집들과는 달리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자기집 앞이 아니다. 대문과는 좀 떨어진 공동 쓰레기 장이 있다. 이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는 주민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주차장 역시 개별 차고가 아니라 단지 한곳에 마련돼 있다. 또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전기 자동차가 단지내 3~4대 정도 구비돼 있다. 주민 모두가 열쇠를 갖고 있으며 주행거리만큼 매달 정산할 수 있다. 차 소유에 대한 필요성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 게 베드제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음식물 공동구매 프로그램도 있다. 주민자치단체에서 필요한 식료품 목록을 가구별로 받아 일괄적으로 구입한다. 이 역시 차 사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개발방식도 독특=이 같은 실험적인 주거타운을 개발한 곳은 피버디 트러스트(Peabody trust) 라는 자선단체다. 이곳은 3분의1을 일반에게 분양했고, 3분의 1은 피버디 트러스트가 소유권을 갖고 저소득층 등에게 임대해주고 있다. 나머지 3분의 1은 이른바 사회의 핵심노동자(key worker), 즉 소방수, 경찰관, 공무원 등에게 공동소유(shared ownership)의 형태로 공급됐다. 공동소유란 지분의 일부를 입주자가 소유하고 나머지는 피버디 트러스트가 소유하는 방식이다. 이는 소방수 등과 같은 사회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베드제드는 아직 미완성 작품이다. 일부 주민들은 기존의 생활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차 사용량을 줄이지 못하고 있으며 실내 온도 역시 기기를 사용해 낮추거나 높이는 경우가 있다고 관계자들은 털어 놓는다. 베드제드를 설계한 제드팩토리의 수석 건축가 빌 던스터 씨는 “처음 시도되는 주거 형태인 만큼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다”며 “그러나 향후 지어질 세계곳곳의 베드제드에는 좀더 발전된 기술과 주민교육을 통해 좀더 친환경적인 주거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배차장·구동본기자·정두환기자·문병도기자·이연선기자·이혜진기자 ljb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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