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8월 20일] 짝짓기

이분법으로 번식하는 단순 생명체와 유성 생명체 가운데 일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유성 생명체는 짝짓기를 통해 새로운 생명체인 후손을 생성시킨다. 후손을 통해 가능하면 자기가 간직한 생명을 오랫동안 유지하려고 한다. 모든 생명체는 후손을 생성시키는 데 필사적이다. 생명체의 존재 이유가 후손을 생성시키는 데 있다고 할 만큼 모든 노력을 집중한다. 말을 잘 듣지 않는 후손이 생겨 혹시 잘못될까봐 DNA라는 해독하기 어려운 암호까지 만들어 후손에게 전달해 꼼짝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식물의 경우 주변 성장환경이 나빠지면 위기를 느끼고 열매를 맺는 데 더 열심이다. 이러한 짝짓기가 생명체에만 있을까. 요즘 정보통신업계에서는 짝짓기가 한창이다. 첫 신호탄은 올해 초에 이뤄진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합병이 아닐까 싶다. 무선의 최강자가 유선 2위 업체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KT와 KTF가 짝짓기를 시도해 곧 합병될 것이라 한다. 유선의 최강자와 무선 2위 업체의 합병은 큰 뉴스거리이다.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합병도 초미의 관심사다. 여기에 LG텔레콤까지 가세하게 되면 커다란 지형의 변화가 오게 된다. 유ㆍ무선 통신의 경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통신과 방송의 경계도 허물어져가는 환경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형태의 짝짓기가 활발히 일어나는 것은 생명체가 짝짓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번영해가는 원리와 똑같다고 할 수 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현재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대기업 참여제한기준을 자본금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하고 케이블방송의 인수합병 제한기준을 영업매출 및 지역기준 5분의1에서 가입자 및 지역기준 3분의1로 완화하는 내용 등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 의견수렴 과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찬반양론이 있는 듯하다. 그런데 핵심은 방송 분야에서 짝짓기를 어떻게 허용하느냐는 점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현재 통신 분야에서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짝짓기를 참고로 본다면 방송 분야에서도 짝짓기는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법령과 규제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날 짝짓기를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제에 제한규정을 모두 없애면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의 방송이나 통신 사업 영업 환경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막대한 영업비용을 투여해도 총 시장규모는 커지지 않은 채 업체 간 출혈경쟁만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짝짓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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