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착시현상

제주도에 가면 `도깨비길`이라는 유명한 관광코스가 있다. 왕복 2차선 도로 양편에 큰 가로수가 줄지어 서있는 평범한 길이다. 그런데 이 도깨비길에 차를 세워 놓으면 언덕 위로 차가 굴러서 올라간다. 마치 도깨비에 홀린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것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사실은 비탈길 아래로 차가 굴러 내려가는 것이지만, 주변의 형상이 언덕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같은 착시현상은 주위에서 자주 일어난다. 색깔이나 무늬, 형태에 따라 더 크거나 작게 혹은 더 높거나 낮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같은 거리라면 육지 보다 바다에서 더 가깝게 느껴지고, 같은 크기라면 어두운 색 보다는 밝은 색이 더 커 보인다. 돈이 걸려 있는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투자자(개미)들은 비싼 주식 보다 싼 주식(잡주)에 집착한다. 싼 주식이 비싼 주식에 비해 쉽게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30만원짜리 주식이 60만원이 되기는 어려워도, 300원짜리 주식이 600원이 되기는 쉽다는 착각이다. 이 같은 착시현상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 기업은 주식의 액면가를 낮추기도 한다. 액면가 5,000원에서 주가가 1만원이라면, 500원에서는 1,000원, 100원에서는 200원이기 때문에 싸게 보이도록 포장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호재가 있다면 몰라도, 대부분 잡주는 잡주로 그친다. `개꼬리 3년을 묻어 두어도 황모(족제비 꼬리털)가 못된다`는 속담이 있듯, 어느 종목의 주가가 싸거나 비싸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개미들의 잡주 편향적 식성은 최근의 주식시장 랠리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3월말 이후 5개월여 동안 진행된 랠리는 삼성전자를 선두로 한 우량주가 이끌었다. 당연히 잡주를 선호하는 개미들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또 최근 환율급락과 유가급등으로 폭격을 맞은 주식시장이 되살아 나는 과정에서도 역시 우량 고가주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와 국민은행 등 대표주들을 집중 매입하고 있다. 이들 종목은 주가도 큰 폭으로 뛰어 오르고 있다. 하지만 잡주들은 지수상승에 관계없이 붙박이처럼 주가가 움직이지 않거나, 오히려 더 떨어지는 것도 있다. 잡주들만 들고 있던 개미들은 하락장에서 더 많이 빠지고, 상승장에서 소외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다른 종목은 다 오르는데 왜 내 주식만 안 오르는가`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있다면, 스스로 착시현상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착시현상을 줄이려면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주식투자에서 착시현상을 막으려면, 기업의 펀더멘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채수종(증권부 차장) sjcha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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