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국 내수시장 회복과 우리 경제

베이징에 온 이후 물건을 살 때마다 저를 화나게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쇼핑을 갈 때 마다 전에 산 제품보다 값이 싼 신형 제품이 대거 나와 저를 속상하게 만드는 것이 그 것이지요. 생필품만이 아닙니다. 대량생산 되는 가전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품질이 업그레이드되어 있는데도 가격이 변함 없거나 오히려 더 싸게 출시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솟구치는 한국에서 40년 넘게 생활해서인지 저는 이 같은 현상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꼴에 경제학을 전공했다는 저의 교과서적인 상식(경제가 성장하는 나라에서의 소득 증가→물가상승→기업수익증대→소득증가→물가상승)이 전혀 안 통하는 이유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잘 못 배운 것일까요. 다시 경제학 원론을 찾아 보았지만 원론적으로 `소득증가는 궁극적으로 물가상승을 견인`하는 교과서적인 원리는 결코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할까요. 답은 만성적인 공급과잉과 유효수요 부족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늘린 결과 세계적으로 중국 제품의 공급과잉을 초래해 미처 수출하지 못한 방대한 생산물량이 국내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왔고, 이 물량이 적절히 소화되지 않는 것이 물가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국 정부의 고민은 시작됩니다. 수출물량 내수시장 공급확대→물가하락→기업 수지 악화→소득감소→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결코 원하지 않는 사이클이 반복될까 두려워서지요. 당연히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악순환을 조기에 끊어 버리는 한편 물가가 떨어져 기업 수지가 날로 악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공무원의 임금을 올리면서 금리를 꾸준히 낮춰 내수확대를 도모하는 정책입니다.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올들어 중국에서는 이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각종 언론들은 지난 1월 소비자 물가가 2001년 10월이후 15개월만에 상승세로 반전된 이후 4월에는 20개월만에 최대치(1%상승)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도 0.7% 상승한 것을 지표로 삼아 이 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보도를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또 중산층의 소비확대가 이어져 자동차, 가전제품의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을 보도하며, 이를 `소비증대의 신호탄`으로 의미를 부여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아직 추세전환의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일부 성급한 낙관론자들을 중심으로 지난 90년대초에 있었던 `소비폭발`현상이 재현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마저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이렇게 보는 이유로 지난해 8%의 고도성장을 이뤘고, 전반적인 실업률이 예년에 비해 감소해 국민들의 수입이나 소비가 늘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또 공급적인 측면에서 600개 주요 공산품의 초과생산비율이 지난해 말 88%에서 올 상반기에는 85.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이런 전망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수치상으로 여전히 공급과잉 상태는 심하지만 소득이 늘어난 것을 바탕으로 소비 바람이 불면 이는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지요. 이 같은 전망은 제가 보기에도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습니다. 워낙 인구가 많아 한번 소비 열풍이 불면 눈깜짝할 사이에 물건이 동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소비 바람만 불어 준다면 중국의 내수시장은 급격히 살아날 수 있어서지요.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 내수시장의 회복이 우리에게 매우 좋은 징조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지난해 적지 않은 한국 기업들이 대중 수출가격 하락으로 피해를 본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내수시장 회복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넓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 소비시장의 조기 회복 여부에 관심을 기울여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고진갑기자 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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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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