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새영화] '레드 바이올린'

캐나다의 프랑소아 지라르 감독이 만든 「레드 바이올린」은 바이올린 하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이다. 그리고 그 바이올린을 사랑하고 미워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작곡가 존 코리질리아노, 바이올리니시트 조슈아 벨, 런던 필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음악에 실려 세월 위를 건너뛴다. 때론 광폭했다가 어느 때는 사뿐사뿐 가벼운 발걸음이다.영화는 바이올린의 유전(流轉)을 따라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 영국, 중국을 거쳐 캐나다로 이동한다. 물론 그 속에는 풍성한 삶의 향연이 펼쳐지고, 미움과 사랑이 조우한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때문에 불멸이 주제로 자리잡고 있지만 결국 잠시잠간의 수유적(須臾的) 아름다움을 그때 그때 잡아내 보여준다. 아름다움은 시간의 지배를 벗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17세기 어느날 부조티(카를로 세키 분)의 아내 안나는 점쟁이를 찾아갔다가 아주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 장장 300년에 걸친 자신의 미래였다. 이 땅 저 땅을 부유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만나는 자신의 운명을 들은 안나는 불길한 느낌을 갖게되는데, 아이를 낳다가 죽고 만다. 비통한 마음 속에 마지막 바이올린을 완성하는 부조티. 부조티는 아내와 아이의 영혼을 바이올린에 집어넣는 주술적인 작업에 빠져들게 된다. 핏빛의 레드 바이올린은 그렇게 해서 탄생한다. 그리고 18세기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어느 수도원. 레드 바이올린이 10살의 연약한 소년 캐스퍼(크리스토프 콩즈 분)에 안겨 있다. 마침내 궁정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 케스퍼는 그만 심장발작으로 죽고 마는데, 소년의 무덤 속에 함께 묻혔던 레드 바이올린이 집시들의 손에 들어간다. 그리고 수세기의 세월이 지난 후 19세기 영국의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포프(제이슨 플레밍)의 영혼을 사로잡는 레드 바이올린은 포프의 천재적인 연주와 광폭한 섹스를 위한 반려가 되었다가, 중국으로 건너가 샹 페이(실비아 창 분)의 숨겨진 장소에서 문화대혁명을 겪는 기이한 여행을 계속한다. 레드 바이올린의 최종 종착지는 몬트리올의 한 경매장. 바이올린 감정가 모리츠(사무엘 잭슨 분)는 레드 바이올린의 비밀을 파헤치면서 점점 깊이 빠져들고. 영화는 감정가 모리츠가 바이올린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과 300년 사이 레드 바이올린과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전개된다. 순진한 소년의 불행, 광폭한 예술혼, 집시들의 떠도는 영혼, 정치에 희생되는 음악 등이 순차적으로 등장하면서 영화의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사랑과 불멸성에 관한 것이다』라는 감독의 설명처럼 「레드 바이올린」은 매우 욕심많은 영화이다. 6일 개봉. 이용웅기자YYONG@SED,CO.KR

관련기사



이용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