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손자병법 虛實篇처럼 힘을 모아라


손자병법 허실편을 보면 아군의 힘을 모으고 적군의 힘을 분산시키라는 말이 나온다.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여러 곳으로 분산시키는 것보다 강력하다는 것이다. 또 적군이 힘을 분산할 때 아군은 힘을 하나로 모아 전체적인 힘에서 뒤질지라도 힘을 모은 한 영역에서는 비교우위를 얻는다는 얘기다. 우리 주변에는 힘을 모아야 하는 일이 참 많다. 대사 시절 겪은 일이다. 주재국 내 대한민국 대사관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힘을 모아야 할 때 대사관을 거치지 않고 주재국으로 각각 연락해 업무를 추진하는 정부부처들이 많았다. 이럴 경우 주재국 내에서 한국의 힘은 분산됐다. 주재국 내에서도 강인한 대한민국 대사관으로 우뚝 서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이는 한국 정부의 원조사업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은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에 가입하고 원조를 주는 세계 최초의 국가다. 따라서 한국이 '원조'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강력해지기 위해서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 원조사업은 힘이 각 부처로 분산돼 있다. 가장 크게는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로 나뉘어 각각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기획재정부 산하 수출입은행(EDCF)이 담당한다. 여기에 무상원조는 국내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별로 각각 나뉘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힘이 분산되다 보니 대규모 원조사업보다는 소규모사업들이 우후죽순 진행되고 있어 원조사업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있다. 원조효과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라도 힘을 모아야 한다. 한국은 OECD DAC에 가입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몇 가지 권고를 받았다. 그 중 가장 시급한 문제가 바로 이 분절적 원조체계 개선문제다. 최근 들어서야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우선 각 부처 간 공동 국별협력전략(CPSㆍCountry Partnership Strategy)을 수립하고 있다. 흩어져 있는 힘을 모아 도움을 줘야 할 국가와 사업을 함께 연구하는 것이다. 둘째, 사업에 대한 평가와 모니터링에 대한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각 정부부처의 무상원조 관련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힘을 모아야 전쟁에 승리한다는 손자병법 얘기처럼 한국도 한 곳으로 힘을 모아 '원조' 분야 최고의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국가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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