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의 타계로 재계에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인의 생전 독서 습관과 검소한 생활이 새삼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21일 한라건설에 따르면 고 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은 생전에 남다른 '독서광(狂)'으로 유명했다.
정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영문학을 전공할 당시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토마스 하디의 '테스'를 독파하며 고전문학에 심취했다.
특히 정 명예회장은 '테스'의 원문을 거의 외우다 시피할 정도로 유별난 독서욕을 자랑했다고 지인들은 회고한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은 평소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가장 인상에 남는 책으로 꼽을 만큼 문학 애호가였다"고 소개했다.
1989년 뇌졸중으로 왼쪽 시력이 나빠졌을 때는 독서를 줄이는 대신 책의 내용이녹음된 카세트 테이프를 들을 만큼 애착을 보였다고.
고인은 또 평소 책상에 앉아 있을 때는 영어단어를 암기하거나 뇌졸중 후유증으로 손이 불편했지만 커다란 돋보기를 들고 영자신문과 영문 잡지, 국내 신문을 읽었다.
회사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의 책상 위에는 항상 비서실에서 큰 글자로 적어놓은 영어 단어와 숙어노트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고 말했다.
재벌가 회장 답지 않게 사생활도 매우 검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평소 양복을 한 벌 사면 10년씩은 너끈히 입었고, 넥타이는 붉은색 줄이 사선으로 들어간한 가지 종류만 착용할 만큼 소박했다고 한다.
1980년대에는 정 명예회장이 양복에 옷감을 덧대 바지를 늘려 있은 적이 있었는데, 정회장을 처음보는 외국인들은 허름한 복장을 한 정회장을 운전기사로 착각하고,운전기사에게 악수를 청했던 일화도 있다.
지난 1981년 국보위 시절 서울 남현동의 자택에 압수수색이 들이닥쳤을 때는 값비싼 물건 없이 사무실처럼 검소한 방을 둘러본 당시수사관들이 '재벌 대표의 집 같지 않다'고 말한 적도 있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은 해외 출장 때마다 고추장을 가져가 라면과 고추장만으로 식사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평소 식사로 면류를 좋아했고, 일 잘하는 임직원들에게 막국수나 냉면 사주는 것을 즐겨하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