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야 대치 속에서도 특권은 지키는 국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김영주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무산됐다. 사사건건 충돌하던 여야가 이번에는 약속이나 한 듯 모르쇠로 일관한 모습이다. 국민들은 회기 내 불체포 원칙에 따라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이달 5일까지 잠재범법자가 대표 행세를 하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변명도 구차하기 그지 없다. 새누리당은 체포동의안을 막기 위해 임시국회를 연장할 생각이 없다며 동료의원 감싸기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잘못된 것은 알지만 굳이 내 손에 피를 묻히기는 싫다는 의미다. 민주통합당도 말로는 표결을 촉구했으니 내 할 일을 다했다는 식이다. 지난해 7월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을 때 이한구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가 총사퇴 의사까지 밝혔지만 이번에는 그 흔한 유감 명조차 하지 않았다. 총선도 대선도 모두 끝났으니 이제 '쇼'는 그만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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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법자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인식이 이럴진대 다른 특권인들 포기할 리가 있을까. 여야 의원 18명은 1월 겸직금지를 위한 국회법 일부개정안(일명 정치쇄신법)을 공동 발의하면서도 대상에서 국무위원과 국회의원 소유의 토지ㆍ건물을 활용한 임대업 등은 쏙 뺐다. 세비삭감을 담은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지난해 12월 발의돼 국회운영위원회로 넘어간 뒤 소식이 없다.

그렇다고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일주일이 다 됐는데 정부조직법 논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대선기간에 여야가 경쟁적으로 외쳐댔던 특권 내려놓기와 책임정치 구호를 혹시나 하며 바라봤던 국민은 역시나 하며 허탈하게 돌아설 수밖에 없을 터다.

대한민국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에 대해 국가 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국민 누구도 원치 않는 특권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게 과연 국가 이익을 위해 힘쓰는 건지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 대선 때 국민들의 불신으로 안철수 태풍이 분출했다는 것을 벌써 잊어버렸다면 우리 정치는 기약할 내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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