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2개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자가 나왔다. 내게도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김승혁(28)의 예감이 적중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0억원) 첫날 선두에 오른 뒤 우승 각오를 다졌던 김승혁이 강호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김승혁은 18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 오션 코스(파72·7,241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2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한 그는 김경태(28·산한금융그룹)와 이태희(30·러시앤캐시)를 1타 차로 따돌렸다. 2003년 아마추어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승혁은 2005년 KPGA 투어에 데뷔한 뒤 9년여 만에 감격의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상금은 2억원.
3라운드에서 김경태와 나란히 공동 선두에 오른 김승혁은 이날 4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내 가시밭길을 걷는 듯했다. 전반에 1타를 잃은 그가 분위기를 바꾼 것은 11번홀(파3)이었다. 티샷을 왼쪽 러프로 보낸 위기 상황에서 칩샷을 홀에 넣어 버디를 잡아내면서 공동 선두 대열에 복귀했다.
바로 앞 조에서 플레이 한 이태희가 마지막 18번홀(파5)을 파로 마무리해 먼저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우승컵의 향방은 국가상비군과 국가대표를 함께 지낸 '동갑내기' 김승혁과 김경태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승부는 18번홀 세 번째 샷에서 갈렸다. 김승혁이 1.5m 옆에 붙인 반면 김경태의 볼은 홀에서 5m 정도 떨어졌다. 김경태의 버디 퍼트가 홀을 지나가자 김승혁은 오른쪽으로 약간 휘어지는 퍼트를 성공시켜 승부를 마무리했다. 한국과 일본 투어에서 상금왕을 차지한 김경태는 2011년 이후 3년 만의 국내 대회 우승을 노렸지만 최근의 침체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8승의 최경주(44·SK텔레콤)는 이날 4타를 줄이는 뚝심으로 3타 차 단독 5위(8언더파)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7번홀(파5)에서 높이 띄워 홀 바로 옆에 붙이는 '명품 벙커 샷'으로 버디를 뽑아냈고 자동차가 홀인원 부상으로 걸린 12번홀(파3)에서는 티샷을 1m 옆에 붙여 가볍게 1타를 줄였다. 최경주는 "당장 이달 말 메이저대회인 US 오픈 예선에 출전해야 한다"면서 "이번 시즌 목표는 PGA 투어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 30위 안에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승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스타인 양수진(23·파리게이츠)과 3개월 가량 교제 중이라는 사실을 당당히 밝히고 "같이 라운드를 하거나 쇼트게임 연습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