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테러 등 극단적인 테러의 원류는 무엇일까. 무엇이 한때 순수했을 아랍 청년들이 폭탄을 등에 지고 자살테러를 감행하도록 만들었을까. 물론 표면적 이유는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세계지배와 이라크 침공 등 일련의 폭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증오의 원류에는 무엇인가 근본적인 감정의 골이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옥시덴탈리즘'은 이런 의문 하에 동양인의 가슴 속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서양에 대한 증오의 원류를 찾아나간 책이다. 책의 제목에서 자연스럽게 에드워드 사이드의 명저 '오리엔탈리즘'이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오리엔탈리즘은 유럽이 비서구권을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서양의 동양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생겨난 것. 이를 위해 서양은 동양을 신비하지만 미개한 존재로 끊임없이 묘사한다. '옥시덴탈리즘'의 저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동양의 서양에 대한 증오 역시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식민지배와 이를 통해 이루어진 급격한 서구화를 통해 동양 사회 곳곳에서 여러 가지 폐혜가 드러나면서 당시 지식인과 대중들에게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감정이라는 것. 결국 옥시덴탈리즘은 서양의 탐욕적인 동양침략에 대한 동양인들의 자연스러운 반작용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런 기반 위에 책은 동서양의 다양한 파시즘과 나치즘, 반자본주의, 반세계화, 종교적 극단주의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옥시덴탈리즘의 전체적 양상을 추적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퇴폐적이며 탐욕적인 도시에 대한 적대성', '부르주아지에 대한 적대성', '서구 정신에 대한 적대성', '무신론자에 대한 적대성' 등을 옥시덴탈리즘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향으로 지적한다. 물질주의적인 서양정신에 반발하는 동양인들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책의 결론. 하지만 저자는 옥시덴탈리즘이 과거 일본의 사례처럼 파시즘으로 치달은 경험을 상기시키며 이런 서양에 대한 증오가 정치권력의 도구로 이용될 경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