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사태를 놓고 일본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와 정부 대응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본이 원전 사고에 대한 정보를 우리 정부에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점과, 이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자세가 결국에는 방사능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의해서다.
5일 한 외교소식통은 원전사고 정보 제공에 대해 “일본 정부가 현지 외교단을 상대로 주기적 설명을 하는 것 외에는 별도로 외교채널을 통해 전달해 온 정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게시하거나 개인적 베이스로 취득하는 내용 이외에는 특별히 받는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유관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와 산하 연구기관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제공받는 정보 역시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이 전날(4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에 오염된 물 1만 1,500t을 바다에 버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우리 정부에 사전 협의나 설명은커녕 통보도 하지 않은 점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물론 이번 방출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게 일본의 발표지만, 인접 국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외교적 배려 차원에서 설명이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19일 교토 한ㆍ중ㆍ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일본이 우리 정부에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사태와 관련한 현황 정보를 적시에 우리 정부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것과도 거리가 멀다.
정부 태도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남북관계발전특위에서는 정부의 태도를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정부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외교적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만큼 국민적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특위에 출석한 박석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일본 정부에 원전 사고 관련 정보를 요청하고 있으며, 현장 조사를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사능 오염수 방출에 대해 일본 정부에 따져야 한다’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박 차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안팎에서는 일본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감지된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인근국이 관심을 가질 만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해할 수 있는 사항이 있을 때에는 사전에 통보해주는 여유가 있었더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결국 정부가 적시 정보제공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일본에 보다 강도 높게 정확한 현황정보 제공을 요청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일본의 이 같은 소극적 태도를 두고 중학교과서 검정결과 발표 이후 냉각된 한ㆍ일관계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