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19일] 도 넘은 통신업계 비방전

지난 11일 KT가 휴대폰 정액제에서 설정한 데이터 용량을 노트북 등에서도 쓸 수 있게 하는 '테더링'의 전면 허용방침을 밝히자 경쟁업체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이날 오즈 2.0 기자간담회를 연 통합LG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보통 사장이 나오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날에는 경쟁사라 해도 이슈 선점을 피해주는 것이 업계의 도의였는데 KT가 상례를 저버렸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통상 요금제는 방송통신위원회 신고 후 발표하는데 이런 관행조차 무시하는 것을 보면 요즘은 KT가 방통위보다 위에 있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앞서 지난달 SK텔레콤이 초당 과금제를 도입한 시점에는 KT가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KT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여론몰이로 경쟁사에도 초당 과금제를 강요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자사의 정책을 다른 회사에 종용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에는 KT 기자실에 경쟁사 홍보 직원들을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감정 대립이 제살 깎아 먹기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음은 물론 생산적 활동에 투입할 여력도 줄게 된다. 네거티브 마케팅으로 가입자를 확보, 매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의 입장을 이해라도 해보겠다. 하지만 통신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이제 업체들은 새 먹을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소모적 감정대립이 불필요함을 뜻하는 동시에 한 업체가 탈통신 영역에서 파이를 키우면 경쟁사의 사업 영역도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행히 감정싸움을 그만하자는 공감대는 형성된 듯하다. 이상철 통합LG텔레콤 사장은 "예전에는 사장들끼리 만나 현안 얘기도 하고 했는데 지금은 소탈하게 대화를 나눌 기회도 없고 분위기도 냉랭하다"며 "이제 그 분위기를 좀 바꿔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석채 KT회장이나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등 다른 최고경영자(CEO)들도 줄곧 상생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보기술(IT) 강국의 위상을 함께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상황이라면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실천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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