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생존전략

그래서 20세기를 묻는 말, 새 천년을 맞는 말이 참으로 다양하다. 보내는 자에게는 채찍을 가하지 않고 맞는 자에게는 허물을 들추지 않으며 밝은 미래를 찬양 해주는 것이 예의이기는 하지만 새 천년을 맞는 화두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생존전략이 그것이다.이 생존전략이란 화두엔 여러가지 뜻이 담겨있다. 첫째로는 생존의 축이 경제를 근간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들수 있다. 군사(軍事)대결, 이데올로기 싸움은 이미 부차적인 것으로 내려 앉았다. 심지어 과학기술의 발전도 경제를 중심축으로 삼아 전개되고 있다. 둘째로는 그속에 세계경제 질서의 재편이 담겨있다는 점을 들수있다. 세계경제 질서의 재편이란 다름아닌 이른바 글로벌리제이션이다. 미국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이 거대한 통합의 결말이 어떠할지 미리 내다볼수는 없으나 과거의 거대제국(帝國)에 못지않는 지배력을 행사할 것만은 명백하다. 셋째로 이 생존전략이란 화두는 우리 눈을 밖으로 돌리게 만든다. 세계의 변화를 외면하고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긴 IMF관리경제를 맞으면서 세계경제의 냉엄한 현실을 곁눈질로 훔쳐보기는 했었다. 그러나 그런 곁눈질로는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변화를 수용할 수 없다. 과거 우리는 연년세세 반공, 민주주의, 경제발전에 화두들 집중시켜왔다. 이런 화두는 일견 외부 세계에 그 준거를 두는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외세를 거부하는 정신을 고무했다. 「우리방식」의 성공에 도취했으며 정신적 쇄국주의를 길러왔다. 명치유신 이래 일본사람들은 화혼양재(和魂洋才)란 말을 즐겨 썼다. 서양문물을 배우되 그 정신은 일본의 것을 지킨다는 말이다. 우리도 그래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새 천년의 생존전략은 이 정신적 쇄국주의와 양립할 수 있는가?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새 천년의 생존을 묻는 변화가 우리의 정신적 쇄국주의에도 많은 구멍을 낼 것만은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생존전략은 승자와 패자를 그 전제로 삼고있다. 모두가 승자일수는 없다는 것이다. 남의 실패는 나의 성공이며 반대로 나의 멸망은 남의 생존이 된다. 우리에게 닥칠 미래가 어떤 것인지 미리 내다 보기는 어렵다. 확실한 것은 핸디캡이 없는 무차별의 생존경쟁뿐이라는 것이다. /鄭泰成(언론인)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