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개가 넘는 벙커를 피하라.'
여자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신지애(21ㆍ미래에셋)에게 내려진 과제다.
30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대회가 개막하는 영국 랭커셔 블랙풀의 로열 리덤&세인트앤스GC(파72ㆍ6,492야드)는 1897년 조성돼 11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곳. 2012년 11번째로 브리티시오픈을 열게 되는 명문 클럽이다. 브리티시여자오픈은 4번째 개최다.
지난해 신지애가 브리티시오픈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고는 하나 서닝데일과는 딴판이다. 내륙의 산악 코스에 가까운 서닝데일과는 달리 이곳은 황량한 바닷가 개활지에 펼쳐진 정통 링크스 코스다.
무엇보다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 곳곳에 입을 벌린 항아리 벙커가 위협적이다. 깊이는 한 키나 되고 넓이는 좁으며 벽은 직각에 가깝다. 신지애 같은 단신 선수가 들어가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다. 핀과 전혀 상관 없는 방향으로 볼을 빼내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벙커에 빠지면 1타 손해를 봐야 한다는 결론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벙커가 무려 200여 개 산재해 있다. 전략적인 티샷이 승부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2003년 아니카 소렌스탐, 2006년 셰리 스타인하워 등 중견 선수들이 이 코스에서 우승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비바람까지 몰아치면 난공불락의 요새가 된다.
신지애는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이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며 "반드시 우승컵을 지키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LPGA투어에서는 난생 처음 치르는 타이틀 방어전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시즌 3승을 거두며 지난주 크리스티 커(미국)에 내준 상금랭킹 1위도 되찾아야 한다.
신지애 이외에 US여자오픈 우승자 지은희(23ㆍ휠라코리아), 시즌 1승과 함께 상금랭킹 3위를 달리는 김인경(21ㆍ하나금융) 등 한국군단에는 우승후보가 즐비하다. 물론 경계대상도 많다. 2007년 우승자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비롯해 커, 폴라 크리머(이상 미국), 그리고 에비앙마스터스에서 미국 무대 첫 우승을 수확한 미야자토 아이(일본) 등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