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가급등시대 엉뚱한 고민] 증권사 "직원단속" 비상

증권사들이 주가가 오르며 고민에 빠졌다.누가 들으면 「주가가 오르면 좋지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냐」고 할 지 모른다. 증시활황으로 지난 회계연도에 8,000억원 가까운 순익을 올리고, 지금도 돈을 긁어모으고 있는데 부러울게 뭐가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할 것이다. 즐거운 비명쯤으로 치부할지 모른다. 하지만 요즈음 증권사들은 직원단속에 골머리를 앓고있다. 특히 올해 증자를 실시한 증권사들은 발등의 불이다. 주가가 급등하다보니 우리사주조합원인 직원들의 주머니가 두툼해진게 그 이유이다. 여직원에서부터 부장급에 이르기까지 직급이 따로없다. 엉덩이가 들썩이다 못해 아예 자리를 털고 나갈 기세다. 주가상승으로 증자때 배정받은 주식가치가 몇배로 불어나다 보니 현금화생각이 굴뚝같기 때문이다. 우리사주조합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7년동안 보유주식을 처분할 수 없어 현금화할려면 직장을 떠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유상증자를 실시한 S증권의 모실장은 지금 사표를 낸후 주식을 팔아 그 자금으로 사업에 뛰어들까, 좀 더 기다리다 주가가 더 오르면 자리를 뜰까를 두고 목하 고민에 들어갔다. 그는 증자때 우리사주조합원으로서 5,000주 가량 받았다. 그러나 몇몇 직원들이 실권을 하자 회사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실권주중 일부를 울며겨자 먹기로 추가로 매입, 배정주식이 1만주에 달했다. 부장급이라는 직급상 실권주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배정가는 1만,9,000원선, 일부는 주식배정은 받았지만 보유에 부담을 느낀 직원들로부터 이보다 훨씬 싼 가격에 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주가가 줄달음치기 시작, 평가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이 증권사 주가는 5만원대. 1만주를 받았으니 5억원이 넘는다. 직장 생활 20여년만에 이런 큰 돈을 만져본 적이 없다. 이제 나이도 40대 초반을 넘어섰고 임원승진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리해야 될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언뜻 머리를 스친다. 여기에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자기회사 주가가 10만원까지도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아 발목을 잡고 있다. 좀 더 기다리면 10억원으로 불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불거진 것이다. 역시 주식은 마약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여직원들도 들뜨기는 마찬가지다. 2,000~3,000주씩을 받았으니 이미 수천만원씩을 챙긴 셈이다. 주판알을 튀겨봐도 시집갈 밑천은 충분하다. 주식처분금액에다 퇴직금 등을 계산하니 말이다. 이참에 정리하고 결혼이나 할까하는 농담섞인 진담들이 오가는 것도 당연하다. 비슷한 시기 유상증자를 한 또다른 S증권 역시 직원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주가가 두배이상으로 뛰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 배정가는 6,510원이지만 현재 주가는 1만4,000원을 웃돌고 있다. 증자를 하지 않고 있는 증권사들도 집안단속에 상당한 압박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증권사 직원들을 더욱 유혹하는 것은 현 직장을 떠나더라도 증시가 활황이어서 다른 곳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어느때보다 많다는 안도감. 「취업 해방구 」인 증권사는 어디를 못가겠느냐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마치 지난 93~94년 호황기때를 연상케 하는 풍속도다. 그래서 회사측은 인센티브를 더 주는 등의 직원챙기기용 묘안을 짜내는데 몰두하고 있다. 새로 수혈하면 되겠지 하지만 기존 직원들보다는 일의 완성도 등에서 상당기간 뒤질 가능성이 높아 안심이 안된다. 이래저래 증권사들은 주가가 오른다고 즐거운 것만은 아닌 셈이다. 증권사 주가가 더 오를수록 증권사들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임석훈 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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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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