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별처럼 빛나는 삶

“그저 밤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하면 보이는 모든 것이 역사다”. 과학저술가 빌 브라이슨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보고 있는 별빛이 긴 시간을 달려온 것임을 우리는 안다. 고대인들이 만물의 근원을 밝혀내기 위해 별을 관찰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동방박사 세 사람은 까만 밤하늘 속에서 오직 별 하나의 움직임을 쫓아 구세주가 탄생한 곳을 찾아내기도 했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민간 천문대가 들어섰다. 개소식 행사에 지난 19일 초대받아 해발 440m 계명산 형제봉에 올랐다가 적잖은 감동을 느꼈다. 사람이 별보다 더 빛날 수도 있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 때문이었다. 지난 2004년 11월에 착공, 27개월 만에 완공을 본 송암천문대는 한일철강 엄춘보 회장의 호를 딴 것이다. 1919년 평북 용천 출생이니 올해 우리 나이로 89세. 구순을 바라보는 엄회장이 사재 350억원을 털어 천문대를 지은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 다가올 우주시대의 개척자로 자라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부친의 뜻을 받들어 천문대 건립을 위해 애쓴 엄정헌 사장과 그 부인의 헌신에도 머리가 숙여진다. 송암천문대는 최첨단 시뮬레이션 그래픽을 통해 우주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세계 최초로 관람객들이 직접 목성을 여행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특히 천문대 측의 의뢰를 받아 한국천문연구원이 국내 최초 국산화에 성공한 600㎜급 리치-크레티앙 반사 망원경의 존재가 눈부시다. 토성을 어른 손톱 정도 크기로 관측할 수 있는 이 망원경의 국산화를 통해 앞으로 우리 어린이들의 시선이 점점 더 우주로 향하고 그 속에서 원대한 꿈을 키워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지구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6,000개 정도이고 이마저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은 2,000여 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광활한 우주를 보며 꿈과 희망을 찾도록 돕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밝히기 위한 당연한 의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재를 털어 아름다운 별천지를 만들어준 엄 회장의 뜻을 듣고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과학기술 문화를 선도한다는 측면도 그렇거니와 개인의 재산을 어떻게 쓰는 것이 값진 일인지를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은 자신의 재산 370억 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면서 “60억 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면 나 한 사람의 부를 분산시키는 것이 훨씬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별처럼 빛나는 삶을 살고 싶다면 한번쯤 버핏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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