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 발표 내년예산안 어떻게 편성됐나

◎‘정치 논리+경제 논리’ 짜깁기/대선앞둔 정치권 요구 수용… 우선순위 뒷전/일반행정비 5천억 등 정부 부문은 대폭 절감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대선을 의식해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정치 논리」와 세수부진에 대응하고 구조조정을 위해 예산을 긴축편성해야 한다는 「경제 논리」를 짜깁기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세수부족에도 불구하고 농어촌구조개선사업, 교육투자예산 등을 세금인상을 통해 정치권이 약속한 규모대로 배정키로 한 것은 정치논리에 밀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경유에 대한 특소세탄력세율적용(30%인상)을 통해 3천억∼4천억원, 교육세탄력세율 적용(10%)을 통해 5천억∼6천억원의 재원을 마련키로 했다. 경유에 대한 탄력세율인상은 환경보호, 에너지절약이란 정책명분이 있지만 교육세율 인상은 단지 예산확보를 위한 징세편의주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두고두고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명절때면 서울과 부산, 광주간의 귀성, 귀향시간이 20시간에 육박하고 교통체증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10조원수준에 달할 정도로 사회간접자본투자가 시급한 상황에서 투자우선순위를 따지지 않은 정치 예산에 대부분의 재원을 쏟아붓는 상황이 반복된 셈이다. 그러나 절약을 통해 추가재원을 마련한 부문도 적지않다. 8천억원가량을 줄이기로 했던 농어촌구조개선사업예산을 예정대로 7조8천억원을 배정했지만 농업부문의 일반행정예산, 농업관련기금에 대한 출연축소 등을 통해 예산의 상당부문을 충당했다는게 재경원의 설명이다. 양곡채권상환을 위한 양곡기금증액,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출연 등을 제외한 각종 기금에 대한 예산출연을 올해보다 3천억원 줄이는 등 일반행정비를 5천억원 수준 감축, 정치적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부 자체부문의 예산은 대폭 절감했다. 두자릿수 예산증가율이 관행이던 상황에서 증가율을 한자리로 낮춘 것은 일단 쉽지 않은 일이다. 공무원 인건비 증가율을 금년의 5.7%보다 낮은 3%로 묶은 것도 대통령선거때마다 인사치레처럼 공무원의 처우가 대폭 개선됐던 과거와 비교할 때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전체적으로는 세수부진을 고려해 예산증가율을 낮게 유지하면서 세출압력을 이기지 못해 예산을 배정하다보니 예산구조 자체가 왜곡된 측면이 있다. 성업공사의 부실채권 정리기금에 예산으로 출자키로 한 5천억원을 산업은행에 대한 국채 현물출자를 통한 간접출자로 전환하고 제일은행에도 채권 등 실물로 6천억∼7천억원을 출자키로 하는 등 실제로는 국민들의 재산을 사용하면서 예산에는 반영되지 않은 부문이 많다. 교육세 탄력세율인상은 교육부문 특별회계로 편입돼 예산증가율에 반영되지 않는 실정으로 정부발표보다 실제 국민부담은 더 늘어나는 상황이다. 세수부족 시대를 맞아 적자재정은 피하면서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바람에 세율인상, 채권발행, 국채 및 주식현물출자 등 정도를 어긋난 재원마련 방안을 양산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때문에 부분적인 재원절감 방식의 예산편성을 벗어나 예산구조를 다시 살펴보는 근본적인 개혁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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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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