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팝아트·극사실주의엔 붓터치의 맛이 없죠"

'한국의 에드워드 호퍼' 서동욱 21일 개인전


에드워드 호퍼(1882~1967)는 20세기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 화가중 하나다. 동시대의 마르셸 뒤샹(1887~1968)이 전시장에 소변기를 갖다 두고 작품이라 명명한 개념주의 미술을 선도하고 바로 뒷 세대의 마크 로스코와 잭슨 폴락 등이 추상화의 큰 획을 그은 그 시절, 호퍼는 사실주의적 회화로 도시인의 쓸쓸함과 고독을 그렸다. 그런 호퍼와 비견되는 신예 서동욱(35ㆍ사진)이 2년만에 국내 전시를 갖고 있다.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서씨는 ‘21세기 한국의 에드워드 호퍼’라 불릴 만 하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 화가가 수두룩하고 새로운 매체에 대한 도전만이 참신함으로 평가되는 이 시대에, 그는 회화의 본질을 차분히 짚어간다. “백년 이상이 지났지만 인상파 화가 마네의 텁텁한 붓터치는 지금도 사용됩니다. 반면 대중적 아이콘을 내세운 팝아트나 정밀 묘사에 치중한 극사실주의 작품의 사진 같은 표면에는 붓터치의 ‘맛’이 없지요. 본질이 뭘까요. 작품에 대한 미학적 접근보다 인문학ㆍ사회학적 분석이 우선하는 게 유감스러워요. 저는 형태와 색채에 대한 아름다움과 작가의 감정표현을 우선시 합니다.“ 보수적 회화에 대한 이 같은 정면 도전이 미술계가 그에게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다. 작가는 홍익대를 졸업하고 파리에 유학한 뒤 미술계의 젊은피를 공급하는 대안공간 ‘루프’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어 해외시장 진출에 탁월한 가회동 ‘원앤제이갤러리’에서 두번째 국내 개인전을 진행중이다. 서씨는 “어둠에서 플래시가 터지듯 인물은 순간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안함과 자기 연민을 ‘쿨함’ 속에 감추고 있으니, 대상 자체 보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봐 달라”면서 “풍경화에 흩뿌려진 불규칙한 흰 점들, 세밀한 묘사부터 뭉개진 형태까지 의도적인 것들이며 그 미묘한 붓터치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발랄함 뒤에 고독을 간직한 현대인의 초상화이자 불황의 그늘이 드리운 오늘날의 풍경화인 셈이다. 이번 전시는 21일에 막을 내린다. 다음 신작은 해외 개인전을 통해 만날 가능성이 높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