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분 44% ‘최대’ 경영권 장악시도/제3기업 동원 불법 주식인수 의혹홍콩페레그린증권이 동방페레그린증권의 경영권 장악을 위해 제2 대주주인 신동방그룹의 지분양도를 제의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홍콩페레그린증권은 98년 5월까지 국내 합작증권사의 지분을 외국인이 50%이상 소유하지 못하자 제3의 우호적 국내기업을 동원해 신동방 보유주식을 넘겨받으려고 한 것으로 알려져 불법 지분인수 의혹을 사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홍콩페레그린증권의 필립 토스회장은 최근 동방페레그린증권의 지분 39%를 보유한 신동방그룹의 신명수회장을 만나 지분양도를 공식 제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관련, 동방페레그린증권의 한 관계자는 합작출자사인 홍콩측의 지분양도는 『지난 5월29일 정기주총때 홍콩측이 당시 김승훈전무의 퇴진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등 인사권을 전횡한 것에 대해 격노한 신회장이 국내 주주를 연합해 이달중 임시주총 소집을 공식적으로 제의한데 따른 불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동방페레그린증권의 지분구성은 홍콩페레그린증권이 44%로 최대주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신동방을 포함한 국내기업의 컨소시엄 지분이 54%를 차지해 신동방이 마음만 먹으면 임시주총을 열어 현 임원진을 교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
이에따라 신회장은 홍콩측의 요구로 임시주총 소집을 일단 보류했으나 홍콩페레그린증권의 지분양도 제의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콩페레그린증권의 이같은 제의는 엄연히 합작사의 지분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한 현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다.
홍콩페레그린증권은 불법성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신동방의 주식을 98년 5월까지 국내의 제3기업이 인수토록 한 뒤 98년 5월이후 외국인의 증권업진출이 개방되면 다시 제3기업으로부터 주식을 넘겨받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제3자를 동원해 주식을 숨겨놓았다가 되찾는 것은 실정법을 피하기 위한 주식 「파킹」행위이기 때문에 홍콩페레그린증권뿐 아니라 국내의 제3기업도 불법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홍콩페레그린증권이 이처럼 동방페레그린증권의 경영권인수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경영권불안 요소를 미연에 방지한 뒤 동아시아 금융시장의 거점을 홍콩에서 서울로 옮기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홍콩페레그린증권은 최근 동방페레그린증권에 50명규모의 인력이 들어갈 수 있는 별도의 채권팀 사무실을 마련해 동남아시아의 채권투자 전문가인 앙드레 리씨를 책임자로 임명하는등 대대적인 채권투자에 대비하고 있다.<정완주·정명수 기자>
◎해설/외국금융자본 입성 ‘신호탄’/‘홍콩반환계기 본거지 서울이전’ 분석
홍콩페레그린증권이 신동방그룹의 지분을 넘겨받아 합작사인 동방페레그린증권의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것은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홍콩페레그린증권이 미도파 주식을 매집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는 것을 계기로 홍콩페레그린이 본거지를 홍콩에서 서울로 이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홍콩페레그린이 최근 신명수 신동방그룹회장을 만나 신동방의 지분매각을 제의했다는 것은 결국 이같은 소문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 개방을 앞두고 외국자본의 입성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여진다.
이와관련, 홍콩페레그린은 채권전문가인 앙드레 리씨를 영입해 채권팀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한국의 채권시장 개방전에 입지를 다지려는 전략을 마련중이며 주식투자 및 브로커업무는 형식적인 선으로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콩페레그린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도파 M&A를 계기로 나타난 신동방측과의 미묘한 갈등양상이 지난 5월말 정기주총에서 불거져나오면서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겉으로는 신동방그룹의 보유 지분이 50%를 넘지만 인사권, 자금결제권등 주요 경영사항은 1대주주인 홍콩페레그린증권이 전권을 행사해온 합작증권사의 경영구조가 외국자본의 국내 증권업 진출을 앞당길 가능성도 높다.
홍콩페레그린증권이 동방페레그린증권의 경영권 장악을 서두르는 또 다른 배경은 오는 9월께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홍콩 등의 고위관료와 재계 및 금융계인사가 대규모로 참가하는 국제회의를 홍콩페레그린측에서 개최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에 이어 서울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회의를 홍콩페레그린증권이 개최하면서 동방페레그린증권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경우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콩페레그린증권의 동방페레그린증권 경영권 인수는 현재로서는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든간에 불법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신동방의 대응 여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정완주·정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