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위앤화 절상 그 후] <하> 위앤貨, 亞중심 통화되나

통화바스켓 무기… 中 '입김' 세진다<br>중화권 이어 東亞경제권 아우르는 '핵' 부상<br>208년 올림픽후 국제통화 도약 가능성도<br>韓·中·日 공조안할땐 원貨 '넛크래커' 우려


지난 1994년 1월 1일 신정 휴일. 중국 정부가 위앤화를 무려 45%나 단번에 절하하자 전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중국 상품과 수출경쟁을 해온 한국 등 동남아 국가는 물론 나중에는 중남미 국가들까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위앤화 절하로 중국은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국에서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탈바꿈했다. 미국과의 기나긴 무역분쟁은 바로 그 때부터 시작됐다. 꼭 위앤화 절하의 여파라고는 할 수 없지만, 4년 후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에 빠져들었다. 통화가치가 폭락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다음 행보를 주목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사아 국가들은 자국화폐 가치가 크게 떨어진 덕에 수출을 늘려 부족한 외화를 벌어들여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만약 중국이 위앤화를 더욱 절하한다면 이 같은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께 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위앤화에 손을 대지 않았다. 오히려 빈번한 시장개입으로 위앤화 환율을 달러당 8.2770~8.2800위앤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했다. 중국은 그 때의 일을 지금도 자랑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벗어나는 데 자기들이 한 몫 했다는 주장이다. 위앤화는 이미 그 때부터 동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통화로 우뚝 서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러던 위앤화가 이제 2% 절상됐다. 쉽게 말해 ‘위앤화의 힘’이 강해졌다는 얘기이다. 국제통화도 아니면서 이미 아시아 국가들의 명운을 쥐고 있던 위앤화로서는 날개를 단 형국이다. 중국이 11년만에 고정환율제를 없애고 통화바스켓을 운용키로 결정한 것은 위앤화를 달러에 버금가는 국제통화로 만들겠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 범중화권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경제권을 아우르는 ‘위앤화 경제블록’을 구상해왔다. 이를 위한 전초전으로 최근 중국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수입관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광주 한은 국제국장은 “일본 엔화가 국제화 기반을 마련한 것은 80년대 후반에 일본 경제력 때문이므로 중국 역시 2008년 올림픽을 거친 뒤에 국제통화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노사관계, 빈부격차 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이진우 농협선물 금융공학실장은 “중국이 달러 페그제를 포기하고 통화 바스켓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자신들이 좀 더 주도적으로 위앤화 환율을 정해가는 유리한 위치를 점령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제 관행상 어떤 통화로 구성됐고 비중이 얼마인지 공개할 의무가 없는 통화바스켓을 통해 중국 정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원화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에 속절없이 당하는 넛 크래커의 상황에서 빠질 수 밖에 없을까. 우선 달러와 엔만 주시하던 한국 외환시장이 위앤까지 감안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일단 중국이 채택한 위앤화 복수바스켓 구성 통화가운데 한국 원화가 9.8%를 점유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칼리온이 최근 내놓은 ‘자본시장 리서치’를 보면 중국 인민은행이 위앤화의 바스켓에 대한 구성 내용을 대외에 공표하지 않고 있으나 중국의 대외거래를 감안할 때 원화가 이같은 구성비를 차지할 것이라고 추정된다는 것. 원화 외에도 달러화 20.5%, 엔화 21.3%, 유로화 19.1% 등 3개 통화가 60.9%로 주종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칼리온은 내다봤다. 이밖에도 위안화 바스켓은 대만달러화 9.7%, 홍콩달러화 8.2%, 말레이시아 링깃화 3.7%, 싱가포르달러화 3.4%, 태국 바트화 2.3%, 인도 루피화 2.0% 등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동아사아 통화들이 거의 망라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 중심 통화로 위상을 굳히려는 중국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한ㆍ중ㆍ일 3국 공조가 더욱 절실해지는 대목이다. 이미 엔화가 국제통화로서의 위상을 굳힌 상태에서 위앤화 마저 동아시아 경제권에서 중심 통화로 부상할 경우, 원화는 완전히 외톨이가 될 가능성을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영균 한은 부총재보는 “앞으로 한ㆍ중ㆍ일 3국간 외환제도에서 차이가 없어진 공조체제로 나갈 수 밖에 없다”며 “한국은 두 나라가 없는 남북관계라는 특수상황을 앉고 있기 때문에 세나라 환율 동조화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시아 지역간 공조체제를 실천에 옮기지 않을 경우 환율전쟁이 날 수 밖에 없다”며 “한국은 역내 교역비중 확대에 신경을 쓰는 한편 내수부문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개도국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률과 쏟아져 들어가는 외국자본이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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