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용광로 대체 신기술…철강史 새로쓰다

■ 포스코 '꿈의 제철소' 파이넥스 공장 준공<br>설비투자·제조원가 절감에 친환경기술 각광<br>포스코, 해외진출 박차 "내년 세계2위 진입"

노무현(왼쪽 두번째) 대통령이 30일 오전 포항제철소에서 열린 파이넥스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구택(왼쪽) 포스코 회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포항=최종욱기자

‘세계 철강사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순간.’ 글로벌 철강업계에선 앞으로 상당 기간 2007년 5월29일을 이렇게 기억할 것이다. 이날 포항제철소를 찾은 노무현 대통령, 이구택 포스코 회장 등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출선(쇳물이 나오는 것) 버튼을 눌렀다. 곧 이어 파이넥스 설비의 용융로는 시뻘건 쇳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안 크리스마스 국제철강협회(IISI) 사무총장은 “파이넥스의 영향력은 포스코를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로 만들 것이다”고 선언했다. ◇꿈의 제철소가 다시 쓰는 철강사(史)=포스코의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 준공은 포스코를 미래 철강산업의 리더로 부상시켰다. 지난 80년대 이후 일본의 DIOS방식, 호주의 HISMELT방식, 유럽의 CCF방식, 브라질의 TECNORED방식 등 기존 용광로공법을 대체할 신기술이 선보였으나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포스코가 상용화에 성공한 파이넥스 공법은 전세계 철광석의 80%에 달하는 ‘가루형태의 철광석’을 그대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철강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 지금까지의 방식은 용광로에 섭씨 1,200도의 열풍을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료를 사전에 작은 구슬 모양의 덩어리로 만드는 작업, 즉 소결공장과 코크스공장이 필요했다. 이러다 보니 가루를 뭉치면서 먼지가 발생해 환경문제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질 좋은 철광석과 유연탄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 요소였다. 이 회장은 “세계 철강사들이 대형화ㆍ통합화를 통해 경제우위를 회복하고 있고 후발 철강사들의 도전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파이넥스 공장 준공은 포스코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 기술 리더십 확보=에코테크노로 불리는 파이넥스 공법은 철강산업을 친환경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유럽ㆍ일본 등 선진 철강업체들이 확보한 원천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포스코가 앞으로는 이들 업체를 선도하는 기술리더가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파이넥스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길게는 30년이 넘게 걸렸으며, 짧게는 15년이 투자됐다. 73년 창립 초기부터 포스코는 자체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본격적인 ‘기술자립’ 시도는 92년부터였다. 당시 포스코가 고민했던 것은 기존 용광로 기술의 핵심인 소결공정을 생략하는 것. 이 고민을 풀기위해 지난 15년의 기간이 필요했다. 이 결과가 ‘유동환원조합기술(가루 철광석을 용융로에 집어넣어 산소를 곧장 분리시키는 것)’ ‘HCI(Hot Compacted Iron) 제조기술(분말 형태의 환원철을 700도 이상에서 압력을 가해 덩어리 형태로 만드는 것)’ ‘성형탄 제조기술(유연탄에 첨가제 등을 혼합해 조개탄 형태의 덩어리로 만드는 것)’ 등이다. 이후근 파이넥스연구개발추진반장은 “(파이넥스 공법에 적용되는 기술들) 하나 하나가 모두 차세대 철강 기술”이라며 “특히 성형탄 기술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라고 밝혔다. 이 반장은 경쟁사들과 기술 수준을 묻는 질문에 “(포스코의 지원을 받지 않고) 새로 시작한다면 20년은 차이가 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로벌 포스코’의 새 지평이 열린다=포스코는 파이넥스 공장 가동을 계기로 해외시장 개척에 한층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파이넥스 공법이 질이 낮은 철광석과 석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해외 현지화 작업이 손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현재 진행 중인 인도 프로젝트에 주원료로 사용할 예정인 인도산 철광석은 알루미나(Al2O3) 함유량이 많아 용광로에서 사용하기 곤란하지만 파이넥스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일관제철소 설립을 검토 중인 베트남도 철광석이 아연(Zn) 등 다른 금속성분들이 많이 함유돼 있어 파이넥스 공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포스코가 일관제철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인도 오리사주 나빈 파트나익 수상은 “포스코의 혁신기술 독자기술개발에 찬사를 보낸다”며 “포스코의 번영이 인도 오리사주에서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이넥스 공법이 에코테크노 기술로 인정을 받으며 설비 자체의 해외 수요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는 해외에서 중소규모의 노후 용광로 교체나 신규 철강설비 투자에 파이넥스 설비를 우선 채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상용화를 통해 내년에는 연간 3,40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2위의 철강회사로 진입하고 10년 내에 중국ㆍ인도ㆍ동남아 지역 등 가장 유망한 지역을 대상으로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한 생산기지를 확대해 조강생산 5,000만톤 이상으로 생산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 ● 파이넥스 공법이란
철광석·유연탄 사전 가공않고 직접 사용
파이넥스공법은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사전에 가공하지 않고 직접 사용해 쇳물을 제조하는 차세대 혁신 제철기술이다. 원료의 사전 가공을 위한 설비가 필요 없어 동일 규모 용광로에 비해 설비 투자비가 80% 수준이면 된다. 게다가 저가의 원료를 사용할 수 있어 제조원가도 85% 수준에 불과하다. 기존 용광로는 철광석과 일반탄을 가공해 소결광과 코크스를 만들어내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파이넥스는 친환경 기술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원료의 사전 가공공정이 필요 없어 공해물질의 배출이 획기적으로 줄고 황산화물(SOx)은 용광로공법의 3%, 질소산화물(NOx)은 1% 수준에 불과하다. 비산먼지도 크게 낮아져 원료고갈과 환경규제 강화 등 미래 경영환경에서 획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친화적 혁신 프로세스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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