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11월 1일] 일자리의 함정

아무리 궁리해도 심각한 청년실업과 잠재실업의 문제가 가까운 장래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그 윈인이 국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세계화와 기술진보라는 모든 지구적인 현상과 맞물려 있어서다.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사람을 적게 고용하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우수한 인력은 더욱 많이 채용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업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 이유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한푼의 인건비라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은 국경 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쟁에 뛰어드는 국가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전면전ㆍ속도전으로 전개되며 기업의 인건비 절감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해외 직접 투자는 수많은 일자리를 없앤다. 중국에 진출한 수만개의 우리 기업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의 탄식만 메아리 칠 뿐이다. 과거에는 합판공장과 가발공장이 없어져도 가전조립공장이 노동력을 흡수했으나 지금은 노동의 상향이동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고기술 산업일수록 노동절약적이고 자동화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출 100만달러당 취업유발인원은 지난 2000년 15명에서 2009년 9.5명으로 줄어들었다. 실업은 선진국은 물론 한국 등의 선발 신흥국들이 공통으로 당면하고 있는 과제다. 일자리가 중국ㆍ인도 등으로 빠져나간 뒤 새로운 일자리가 충분히 생겨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업 문제는 세계화와 기술진보가 멈추거나 후퇴하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폐쇄경제로 복귀하거나 기계를 부수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이는 문제를 오히려 더욱 악화시킬 따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1차 세계화는 1차대전과 대공황으로 이어져 세계화의 후퇴를 초래했고 이번의 세계경제 위기를 계기로 미국에서는 개방 반대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시도해봐야 하는데 크게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기업이 부담하는 노동비용을 경감해줘서 더욱 많은 고용을 유도하고 투자확대의 효과까지 겨냥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노사가 임금동결 또는 삭감과 고용확대를 빅딜하는 것이다. 이 경우 노동자는 타인을 위해 자기이익을 희생하는 것에 당연히 반발할 것이므로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 감세 등의 보완조치가 따라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용세액공제제도 역시 기업의 고용비용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노동비용의 경감은 법인세율 인하에 비해 고용증대 효과가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므로 노사정위원회에서 임금동결, 고용증대, 근로소득세 감세를 놓고 대타협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둘째, 노동을 더욱 많이 쓰는 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성장유망산업 가운데 고용효과가 큰 분야를 키우는 것이다. 정부도 이미 여러 차례 고부가서비스산업육성계획을 발표했으나 실천이 미약하다. 의료법인의 영리화에 대해 보수진영과 기획재정부는 투자확대를 위해 찬성하고 진보와 보건복지부는 의료양극화를 이유로 반대한다. 그런데 반대 측도 투자확대 효과는 인정하는 것 같고 찬성 측 역시 보완대책 없이는 의료양극화의 폐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것이다. 그렇다면 재정부는 재정지원과 의사증원등의 보완책을 내놓고 일자리창출이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진보를 설득해야 한다. 셋째, 우리 기업들이 해외 대신 국내에서 투자하고 외국인투자가 많이 들어오도록 규제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는 것인데 이 역시 고용불안정의 폐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정부는 적절한 보완책을 준비해 반대 측 인사들과 소통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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