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언론 보도 분석 보고’ 해프닝

지난 9일 저녁의 상황이다. 정부 부처가 몰려있는 광화문청사 정부과천청사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청와대 정책상황비서관실에서 예고도 없이 불쑥 날아온 공문 때문이었다. 이 공문의 내용은 당장 `내일(10일) 아침부터 소관분야의 언론보도 내용을 5가지로 분류해 일일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노(대통령)의 코드를 맞추려는 정부 부처의 국장급이상 간부들은 난리를 피워댔다. 공문내용대로 아침 9시30분까지 언론보도를 분석해 팩스로 넣으려면 직원들을 최소한 아침 8시 이전까지 출근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시는 부하직원들에게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6급이하 하위직 공무원들의 모임인 직장협의회(공무원 노조)가 `청와대의 지시는 대통령의 지시내용과도 다른데다 목적이 불분명한 상부 지시를 따르기 위해 매일 새벽 출근을 강요당할 수 는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결국 정부부처 고위 간부들은 청와대에 보고시간을 늦춰줄 것을 요청했고 청와대는 `그렇다면야…`식의 생색을 내며 2시간정도 늦춰진 11시30분으로 보고시간을 연장해줬다. 웃지 못할 이 해프닝이 말해 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한가지는 새 정부의 개혁대상 1호인 공무원들은 군대의 `5분대기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둘째 이른바 청와대 과잉충성파들의 제왕적 태도다. 상황파악도, 그렇다고 충분한 토론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가 끝난 시간에 공문을 보내 당장 다음날 아침까지 `뭔가`를 내놓으라고 재촉한 것은 `윽박`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 청와대는 요모조모 따져보지도 않은채 어설프게 일을 추진하려다 시작도 하기 전에 흠집(보고시간연장)만 냈다. 못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한 발짝이라도 청와대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소외당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권위를 벗어나 개혁을 하자는 데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그보다는 노 대통령 의도대로 이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가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와대부터 진정한 권위, 권력, 권한 행사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번 일과 같은 제왕적 태도를 버려야 하지않을까. <박동석기자(정치부)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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