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농산물 포장을 벗기자

최주섭<한국발포스티렌재활용협회 부회장>

4월은 딸기의 계절이다. 대형 유통점의 과채류 매장에 가보면 500g부터 2㎏까지 여러 크기로 포장된 딸기가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돼 있어 초봄에 미각을 돋우는 계절 과일로서 으뜸이다. 그러나 유감인 것은 딸기뿐만 아니라 호박ㆍ오이ㆍ버섯ㆍ사과ㆍ배ㆍ포도 등 과채류 농산물은 모두가 수확 후에도 살아 숨쉬는 생명체인데 포장재에 꼭꼭 쌓여 있어서 깨끗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신선한 맛은 감소하고 밀폐 공간에서 숨이 막혀 쉽게 썩게 된다는 점이다. 근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 즉 이마트ㆍ롯데마트ㆍ킴스클럽ㆍ하나로클럽ㆍ홈플러스ㆍ월마트ㆍ까르푸ㆍ2001아울렛 등이 전국 일원의 도시지역 소매시장을 장악하면서 산지에서 수확한 농산물의 포장방식을 결정하는 주체가 됐다. 이들은 대량으로 농산물을 진열했을 때 소비자가 크고 탐스러운 것만을 골라가면 흠집이 있는 저질품만 남아 손해가 나기 때문에 소비자가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 범위의 양을 정해 포장된 제품을 일반 공산품처럼 팔기를 원한다. 이는 소비자가 원하는 양만큼 중량을 달아주거나 상품의 분실을 감시하는 일에 필요한 유통 종사원의 숫자를 줄이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농촌지역에는 농업인력의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산지 포장작업으로 인한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3년 기준으로 농산물 물류비의 37%가 포장가공비라는 것에서도 증명된다. 둘째, 소비지에서 발생되는 포장쓰레기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농산물을 봉지에 담아줄 것을 작은 포장용기에 뚜껑까지 씌웠으니 포장재 중량이 5배 이상은 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도시쓰레기의 조성을 보면 포장재가 부피로 50%, 중량으로 30%를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음식물쓰레기가 늘어나는 데도 한몫한다. 왜냐하면 포장된 농산물은 구입 후 바로 먹지 아니하면 신선도가 떨어지고 부패 속도가 빨라 포장된 채로 버리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웰빙시대에 맛과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환경에 더 관심이 높은 나라들인 유럽연합(EU)이나 미국의 대형 유통점에서는 농산물이 큰 상자에 담겨져 있거나 벌크 상태로 매장에 진열돼 소비자가 필요한 만큼씩 담아 중량 단위로 파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유독 일본의 대형 유통점만은 우리나라와 유사해 소포장 농산물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본은 생활쓰레기의 소각처리율이 70%를 초과하기 때문에 매립처리 중심의 우리나라와는 여건이 다르다.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농산물 유통의 우선적인 책임이라면 이제부터 대형 유통업체의 냉장 진열대에 싱싱한 과채류를 풍성하게 쌓아놓거나 대형 포장상자에 담겨진 것을 진열해 귀찮더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양만큼씩 팔아보자. 이를 통해 재배농가에는 일손과 포장가공비를 낮춰주고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의 웰빙의 농산물을 먹게 하며 사회적으로는 포장쓰레기와 부패로 인한 음식물쓰레기의 발생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소매 유통시장에서 점차 힘을 잃어가는 재래시장에 가보면 큰 상자에 담겨진 과일들을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씩 덜어 팔면서 덤도 주고 물건 값도 흥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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