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퇴근길 지하철에서 전동차에 불을 지르려던 방화범이 붙잡힌 데는 한 시민의 투철한 신고정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퇴근길 시민들로 가득 찬 지하철 4호선 당고개행 열차에 탔던 회사원 김모(36.여)씨가 맞은편에 앉은 임모(33)씨의 `이상 행동'을 느낀 것은 오후 7시50분께.
당시 전동차 앞쪽 4번째 객차에 타고 있던 김씨는 맞은편에 앉아서 신문을 보던임씨가 라이터를 꺼내 자꾸 불을 붙이려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겼다.
주변 사람들이 임씨의 행동을 장난처럼 생각하고 무심히 쳐다보던 중 갑자기 신문에 불이 붙어 사람들이 웅성댔지만 임씨는 이내 입으로 바람을 불어 불을 껐다.
이 때부터 4번째 객차에 탔던 승객들이 하나 둘씩 옆 칸으로 이동했지만 김씨는`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휴대전화로 신고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평소 지하철을 탈 때마다 안내방송에서 듣던 대로 전동차 벽면에 부착된고객센터 안내전화로 연락해 `누군가 신문지로 불을 붙이려고 한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고객센터는 신속히 지하철공사 종합상황실로 통보했고 이는 다시 동작역으로 전파됐다.
이 과정에 걸린 시간은 채 1∼2분에 불과할 만큼 신속한 조치가 이뤄졌다.
결국 전동차는 오후 7시56분께 동작역에 도착했고 미리 승강장에 나와 대기하던 동작역 직원 조선흠 대리와 채홍삼 선임, 공익근무요원 이민혁ㆍ최대현 씨 등 4명이 정차한 객차에 신속히 뛰어들어 임씨를 붙잡았다.
당시 임씨는 술에 취한 상태여서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으며 직원들은 임씨를 역무실로 데려간 뒤 출동한 노량진경찰서 산하 흑석지구대 경찰에게 인계했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올 2월부터 안전운행에 기여한 시민에게 보상금을 주는 `시민신고 보상금제도'에 따라 주부 김씨에게 소정의 신고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김씨는 "혹시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신고했다. 나중에 들으니 임씨가 어려운 처지에서 홧김에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해서 안타깝다"며 "당시 함께 타고 있던 사람들이 자리를 피하지 않고 임씨를 말렸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