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브리티스오픈] 영국 로리, 3타차 뒤집기 우승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지만 이제 이 말은 맞지 않은 것 같다. 장갑을 벗고나서도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19일 끝난 제128회 브리티시 오픈 최종일 경기에서 희비가 엇갈린 장 반 데 벨드와 폴 로리를 두고 골프팬들이 주고받는 말들이다. 금세기 마지막인 이 대회는 말그대로 극적이었다. 선두에 무려 10타나 뒤진채 출발한 로리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추격전을 펼쳤고, 결국 반 데 벨드가 18번홀에서 무너짐으로써 결국 연장 역전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92년만에 조국 프랑스에 우승트로피를 안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벨드는 18번홀(파4, 487야드)에서 프로골퍼라면 믿기 어려운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다 잡았던 우승컵을 놓치고 말았다. 커누스티GC 18번홀. 반 데 벨드에게는 악몽이었고, 로리에게는 희망이었다. 최종합계 6오버파로 경기를 마친 로리. 벨드가 갤러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18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고 있을 때 그는 라카룸에 마련된 TV중계방송을 보며 주섬주섬 골프백을 챙겼다. 상식적으로는 뒤집힐 수 없는 3타차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간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벨드의 세컨샷은 러프로 날아갔고 서드샷은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로리에게 희망의 빛이 보였다. 잘하면 플레이오프를 치룰 수도 있었다. 로리는 골프백을 다시 열어 퍼터를 꺼내 연습그린을 향했다. 결과는 6온 1퍼트로 트리플보기를 기록해 합계 6오버파 290타로 동타. 결국 로리는 벨드, 저스틴 레너드와 함께 연장전에 나섰다. 연장 첫홀에서는 레너드와 보기로 더블보기를 한 벨드를 한 타차로 앞섰고, 2번째 홀에서는 세사람 모두 보기. 세번째 홀부터 로리는 선두로 치고 나섰다. 로리는 같은 라이에 있던 벨드가 약 3㎙ 버디를 하자 그 라이를 읽고 역시 2.5㎙거리의 버디를 낚았다. 레너드는 이 홀에서 보기를 해 결국 2위로 밀려났다. 연장 마지막 홀 오너인 로리는 워터해저드와 러프가 긴 난코스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버를 잡았다. 페어웨이 안착. 이에 벨드와 레너드도 드라이버로 티샷했으나 각각 내리막 경사지와 러프에 빠져 2온에 실패했고, 결국 로리는 세컨샷을 홀 90㎝에 붙여 버디를 건져올렸다. 이렇게해서 나흘간의 길고 긴 대장정은 막을 내렸다. 이로써 영국은 지난 92년 닉 팔도 우승후 7년만에 브리티시 오픈 우승컵을 되찾아 「종주국」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스코틀랜드 선수가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 31년 커누스티GC에서 토미 아머가 우승한 뒤 68년만의 일이며, 우수선수 초청제도가 도입(61년)된 이래 38년만에 처음으로 예선전을 거쳐 출전권을 얻은 선수가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유러피언투어에서 2승만을 기록했던 로리는 최고 권위의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함으로써 세계 골프계에 「새로운 별」로 떠오르게 됐다. 이밖에 엔젤 카브레라와 크레이그 페리가 합계 7오버파 291타로 공동 4위를 차지했고, 그레그 노먼(호주)은 합계 9오버파 293타로 단독 6위에 올랐다. 타이거 우즈(24·미국)는 10오버파 294타 공동 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선수로 26년만에 처음으로 컷오프를 통과해 결선라운드를 치른 최경주(29·슈페리어 소속)는 합계 20오버파 304타로 봅 에스테스(미국) 등과 공동 49위에 머물렀다. /최창호 기자 CHCHOI@SED.CO.KR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연장전에서 우승한 폴 로리가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커누스티GC(영국)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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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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