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9월20일] 위트워터스랜드 금광


‘랜드(Rand)’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화폐다. 랜드의 등장은 1961년 5월. 영연방을 탈퇴할 때 ‘남아공 파운드’를 버리고 대신 골랐다. 랜드는 위트워터스랜드(Witwatersrand) 금광의 줄임말. 금이 얼마나 나왔길래 법정화폐의 이름에 올랐을까. 누적생산량이 5,000억달러어치에 이를 정도로 솟아났다. 세계 금생산의 79%를 점유한 적도 있다. 남아공은 아직 절반밖에 못 캐냈다고 주장한다. 랜드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1886년 9월20일. 네덜란드 이민의 후손(보어인)들이 세운 트랜스발공화국의 크루거 대통령이 금맥 발견 사실을 숨기다 소문이 퍼지자 공영개발을 선언하면서부터다. 공영개발 이유는 영국계 자본 견제. 영국인들을 피해 내륙으로 집단 이주해 나라를 세운 마당에 민간 개발은 영국 채굴업자들을 불러들일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내국인의 힘으로 금광을 꾸려나가겠다던 크루거의 생각은 희망사항에 그쳤다. 발표 4년 후 랜드는 순수 보어인 인구보다 많은 4만여명의 노다지꾼들로 흥청거렸다. 자수성가한 광산업자 출신으로 자기 이름을 딴 사설국가 ‘로디지아(오늘날 짐바브웨)’를 세워 총독을 맡고 있던 세실 로데스는 사병 500명을 동원해 통째로 금광을 먹으려 들었다. 침공은 실패로 끝나고 영국은 겉으론 로데스의 무모함을 비난했지만 속으론 주판알을 굴렸다. 1899년에는 명분도 아랑곳 하지 않고 2차 보어전쟁을 일으켜 금광을 차지하고 말았다. 영국의 침략전쟁은 열강의 노골적인 아프리카 분할경쟁으로 이어져 1차대전의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나미비아와 스와질랜드, 레소토 등 남아공 인접국에서도 통용되는 랜드. 역내 강세통화인 랜드의 이면에는 금에 대한 탐욕과 제국주의 침탈사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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