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통합거래소의 나아갈 방향

김동석 <KAIST 교수>

증권거래소ㆍ선물거래소ㆍ코스닥시장ㆍ코스닥위원회가 합병해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미시적으로는 시장이용자의 편의를 제고하고 거시적으로는 한국 증권시장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임무를 가졌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앞으로 통합거래소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조직 안정·체제 정비 급선무 먼저 통합거래소는 세계 각국 증시와 경쟁할 수 있는 선진조직으로 거듭나야 하며 이를 위해 새로운 조직문화를 창조해 조직의 안정과 역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상이한 기업문화를 가진 4개 기관의 합병으로 이루어진 통합거래소가 효율적인 단일조직으로 성장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통합거래소 경영진에게는 새롭게 출발하는 조직의 안정성과 역동성을 진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창조하고 조직의 화학적 융합을 도모해 각 시장이 유기적인 업무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이것은 통합거래소에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또 통합거래소는 시장참가자의 저변 확대와 제도의 선진화로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 각 시장이 통합돼 발생하는 거래비용 절감효과는 통합거래소로 인정받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일 뿐이다. 통합거래소가 선진시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거래수수료 등 명시적 비용뿐만 아니라 주가변동성 축소 등 암묵적인 거래비용을 뉴욕이나 런던시장 수준으로 감소시켜야 한다. 우량기업이 필요한 자본을 적시에 저렴한 비용으로 조달해 투자효율을 높일 수 있게 하고 창출된 기업가치를 투자자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통합거래소는 상장ㆍ매매ㆍ공시제도를 보다 선진화하고 건전한 투자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렇게 돼야 시장참가자의 저변이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이것이 실질적인 통합 시너지(synergy)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통합 시너지 창출은 기업금융을 강화시키고 자산운용업 발달을 촉진해 증권사의 수입기반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가져와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증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주식회사로 출범하는 통합거래소는 또 사회적 책임과 영업 마인드를 겸비한 품격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통합거래소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중추기관으로서 직접금융시장의 효율성ㆍ역동성을 제고하고 자율규제기관으로서 담당 인력의 역량과 윤리의식도 한층 더 강화해 시장 전체의 건전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아울러 통합거래소는 기업ㆍ투자자ㆍ회원 및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욕구를 조화와 균형을 통해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조직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제 통합거래소는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상품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통합거래소도 일반기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업무혁신ㆍ실적평가ㆍ인력개발 분야에서 시대적인 조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또한 통합거래소의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한 사업 모델 개발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제이다. 물론 수익성을 추구하는 주식회사로서의 지위를 확대하는 문제는 시대적 변화와 거래소의 공익성을 감안해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 특히 통합거래소는 최근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사회적 책임투자 활성화 등 공익성을 띤 문제가 장기적으로 거래소의 수익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 선진화 주도해야 마지막으로 통합거래소는 우리나라가 동북아 금융 허브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국증권시장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 통합거래소는 한국경제의 국제적 지위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증권선물산업과 투자의 국제화 추세에 비추어볼 때 통합거래소의 당위적 임무이기도 하다. 따라서 동북아 금융 허브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목표가 될 수 있도록 통합거래소는 구체적인 전략과 추진과제를 수립하고 인력의 역량을 제고해 국제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통합거래소는 동북아 지역의 다른 증권거래소들과의 연계를 추진하고 외국기업의 국내상장 유치 등을 심도 있게 추진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21세기 한국자본시장의 핵심기관으로서 통합거래소의 외형을 키우고 내실을 다져 동북아 최고 자본시장이라는 미래를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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