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 잇따른 투자축소·조정

◎삼성·현대·LG 등 주력 줄이고 현금확보 총력/자금조달 차질로 해외사업 연기·취소도 속출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구제금융지원에 따라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주요그룹들이 국내외 대형 투자계획을 잇따라 축소 및 연기, 취소하는 등 전면재조정하고 있다. 8일 재계는 불요불급한 국내 투자의 전면 보류는 물론 주력부문에서도 투자연기나 축소를 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도 현지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당초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총투자 조정=삼성그룹은 자동차, 반도체 등 핵심 신수종사업 외에 불요불급한 투자를 전면 재검토, 내년 투자규모를 올해보다 30% 줄인 6조원 규모로 축소조정하고 IMF시대에 걸맞는 자금전략을 마련토록 긴급 결정했다. 현대그룹 역시 내년 시설투자를 올해보다 40% 감축하는 등 전체투자를 올해보다 30% 줄어든 5조5천억원으로 줄여잡았다. LG그룹은 내년 투자규모를 올해(7조9천원)보다 낮은 6조원 규모로 줄이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인휴대통신(PCS), 반도체 등 승부사업에만 투자를 집중키로 했으며 선경은 주력사업인 이동통신사업 외에 화섬, 유통 등 불요불급한 투자를 대폭 줄이기로 하고 최근 투자계획 재조정작업에 들어갔다. 이들 그룹은 IMF태풍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긴축경영에 대응한 현금유동성(Cash Flow)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현금자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국내투자계획 수정=동양그룹은 2천억원을 들여 마포에 부지 3천평, 지상 8층 규모의 호텔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시기, 규모등에 대한 재조정작업에 나섰고 동부그룹은 미국 IBM사와 제휴, 2조원 규모의 64MD반도체 사업에 신규진출키로 했던 계획을 자금조달의 차질 등으로 일단 보류키로 했다. 현대정유, 쌍용정유 등 정유업계는 내년중에 탈황설비와 환경보존을 위한 투자를 전면 유보, 당초 계획했던 3∼7천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1∼4천억원 규모로 대폭 축소조정키로 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 외에 선경인더스트리와 한국합섬 등은 패션 및 스펀텍스 분야 신규진출 계획을 취소했다. 대우그룹은 지난 4월 착공한 아산온천관광단지 개발계획을 전면 수정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 3천5백억원을 투입, 온천과 워터파크, 호텔, 콘도, 골프장등을 오는 99년에 완공키로 했으나 그룹의 투자계획 유보와 자금사정등을 감안해 완공시기를 2000년 이후로 연기할 방침이다. 한솔그룹은 강원도 문막에 스키장과 콘도, 골프장등이 들어서는 4계절 휴양단지 「오크벨리」개발계획을 수정, 당초 내년말로 예정됐던 스키장개장시기를 99년으로 연기할 것과 생태공원등 다른 시설 투자시기도 조정할 것을 검토중이다. 한솔은 그러나 내년 5월 6백실규모의 콘도와 골프장은 당초 예정대로 개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주 양남면 일원에 해양·산악 복합 휴양단지 「마우나오션리조트」를 건설중인 코오롱은 그룹의 전체적인 투자계획을 확정할 때 투자시기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오롱은 99년으로 예정된 콘도와 골프장등 1차 시설 완공에 주력하되 2차 시설(스키장과 워터파크등, 2000년 개장)및 3차 시설(실버타운과 호텔등, 2003년 개장)의 개장 시기를 다소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총사업비 2천1백억원규모의 춘천리조트 완공시기를 조정키로 했다. 한화는 춘천시 남산면 일원 56만평에 스키장과 골프장, 콘도, 테마파크등을 오는 98년까지 개장키로 했으나 최근 스키장을 제외한 나머지시설에 대해서는 99년까지 순차적으로 완공하기로 결정했다. ◇해외투자계획 수정=삼성그룹은 영국 윈야드 전자복합단지 2차 투자(7억달러)를 연기하기로 했으며 현대전자의 영국 스코틀랜드 반도체공장(40억달러), LG전자의 영국 뉴웨일스 가전·반도체공단(28억5천만달러) 공사는 투자시기를 연기하거나 규모를 대폭 줄일 계획이다. SK의 중국 심천 에너지·화학단지, 쌍용정유의 산동성 정유공장, 금호그룹의 중국 나프타분해공장 사업은 자금애로로 오는 2000년 이후로 연기했다. 또 코오롱은 베트남 동나이에 1억4천만달러를 들여 폴리에스터 원사공장을 짓기로 했던 해외투자계획을 취소했다. 코오롱은 이미 완공된 직물공장의 생산규모도 줄일 방침이다. 한국합섬도 3억달러 규모의 미국 원사공장 건설계획을 보류했다. 고려아연은 호주에 4억2천만달러를 단독투자, 아연제련소 건설에 나섰는데 최근 현지금융을 맡은 웨스트팩은행이 재무구조개선을 요구함에 따라 이를 충족시키는 작업을 펴고 있다. 재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IMF태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자구노력이지만 성장가도를 달려온 우리경제에 상당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민병호·이의춘·권구찬 기자>

관련기사



권구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