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엉뚱한 곳으로 새나간 원전지역 지원예산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시행하는 지역제한 입찰이 부실하게 관리돼 3분의1 이상이 외부 또는 유령업체에 넘어갔다고 한다.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이 밝힌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2010~2012년 원전 주변지역 업체로 제한해 실시한 입찰에서 공사ㆍ납품계약을 따낸 172개 업체의 사업자등록지를 일시 점검한 결과 57곳은 가정집ㆍ노래방ㆍ낚시점 등 부적절한 곳으로 확인됐다. 부당하게 이뤄지고 집행된 계약은 3년간 847건, 250억원에 이른다. 기피시설인 원전 주변지역의 주민과 업체에 돌아갈 예산이 엉뚱한 곳으로 새나간다면 어느 지역 주민들이 원전유치에 동의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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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령인 공기업ㆍ준정부기관계약사무규칙 등에 따르면 지역제한 입찰을 수주하려면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에 주된 영업소를 두고 1~2년 이상 영업해야 한다. 하지만 한수원은 입찰공고 전일부터 입찰마감일까지 영업소가 원전 주변지역에 등록만 돼 있으면 입찰자격을 줬다. 입찰서와 함께 사업자등록증, 사업장 임대차계약서나 건물 등기부등본도 받았지만 한수원은 본사ㆍ영업소를 가정집에 등록하는 편법을 걸러내지 않았다. 의지만 있으면 일시적으로 주소를 옮긴 '무늬만 지역업체'나 유령업체를 잡아낼 수 있는데도 말이다. 건당 1억~2억원 이하(평균 약 3,000만원)를 대상으로 한 계약에서 특정 업체가 122건, 총 39억원의 계약을 부당하게 따낸 점도 수상하기 그지 없다. 철저한 원인규명과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참에 원전 주변 주민에 대한 지원금도 허투루 쓰이는 게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수원은 부실한 원전 및 부품관리로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에도 심각한 전력난을 초래해 국민과 기업에 큰 고통을 안겼다. 자신과 한국전력에 끼친 손실만도 수조원에 이른다. 이번에는 원전지역 주민과 업체 지원제도도 부실투성이로 드러났다. 한수원의 부실관리로 신규 원전부지 확보비용이 뛰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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