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석삼조의 삼성중공업 원화결제

삼성중공업이 노르웨이로부터 4억달러 짜리 원유생산저장설비선을 원화결제 조건으로 수주한 것은 우리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새삼 확인시켜줬을 뿐 아니라 환율안정 및 원화의 국제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기업이 수출대금을 원화로 받는 것은 조선업계에서는 처음이고 다른 업종에서도 거의 없었다. 원화결제 선박수주는 한국이 세계 조선산업의 최강자로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선주측은 처음에 삼성측이 원화결제를 제시하자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결제가 업계의 관행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럼에도 결국 원화결제방식 수주에 성공한 것은 발주자보다 수주자가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벌였다는 반증이다. 이런 우위는 삼성을 비롯한 국내 조선소들의 가격ㆍ품질경쟁력이 그만큼 월등한데서 비롯된다.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우리 업체들이 세계 랭킹 1~6위를 휩쓸고 있는 조선소 랭킹에도 잘 나타나 있다. 수주대금의 원화결제는 환율의 안정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선박과 해양설비는 단일계약으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다. 그래서 수주 성공시 일시에 거액의 달러 유입에 따른 환전수요로 외환시장이 출렁이는 경우가 많은데 원화결제는 이런 부작용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조선업체로서도 환리스크 회피 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수주전략에서도 융통성과 탄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선 업체들은 통상 2년 반 내지 3년치 일감을 확보하면 그 후 유리한 주문이 와도 수주가 어려웠다. 그 기간에 환율이 하락하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화결제는 이런 부담을 상당히 해소 시켜 적극적인 수주가 가능해진다. 이번 계약은 원화의 국제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 선물의 미국시장 상장, 외국에서의 원화환전 추진 등에 힘입어 초기단계에 들어선 원화 국제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삼성중의 원화결제 금액이 전체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러나 이번 계약은 다른 조선소와 업종에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으며 이런 거래가 확산되면 원화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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