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우조선·삼성重 '적과의 동침'

해상크레인·애형 철골구조물등 서로 임대<BR>경쟁력 향상등 이점많이 갈수록 확산될 듯

‘원가만 절감된다면…’ 국내 조선업계의 최대 라이벌인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원가절감을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해상크레인과 족장(발판ㆍ아시바)등 유휴 선박건조 장비를 서로 빌려주는 방식으로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 우선 대우조선은 삼성중공업으로부터 3,600톤 규모의 해상크레인을 현재 대여해 쓰고 있다. 해상크레인은 선박을 육상 건조할 때 쓰이는 것으로 1,000~2,000톤 가량의 대형블록을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3,600톤 규모의 해상크레인을 빌려 쓸 경우 하루 평균 7,000만원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삼성중공업에 해상 크레인 대여료를 한푼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 대신 대우조선은 삼성중공업에 석유시추선 등 해양공사에 필요한 사다리 형태의 50m짜리 대형 철골구조물(서포터) 30여개를 중고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매각하는 것으로 해상크레인 대여료를 상쇄했다. 또한 대우조선은 삼성중공업에 선박 내부작업을 위해 필요한 족장도 무상으로 빌려주는 등 유휴장비를 ‘스와핑’ 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이와 함께 내년 4월께 3,600톤 규모의 해상크레인을 도입할 계획인데, 이번에는 삼성중공업이 요청할 경우 언제든지 최우선으로 대여해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은 한푼도 들이지 않고 해상크레인을 빌려 쓸 수 있고, 삼성중공업 역시 족장 무상대여와 저렴한 가격에 서포터를 구입할 수 있어 원가절감에 큰 도움이 되는 등 ‘누이좋고 매부좋은’ 결과를 낳게 됐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원가절감 차원에서 족장 등 유휴 장비를 공짜로 장기 임대해 주고 대신 급할 때 삼성중공업으로부터 해상크레인 등 다른 자재를 임대할 수 있도록 서로 협조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도 “유휴 설비에 대해 원활한 ‘스와핑’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쟁사 물건이라면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원가절감을 위해서라면 경쟁사 유휴 설비 활용도 꺼리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며 “조선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업체간 유휴설비 공유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최근 김징완(삼성중공업 사장) 조선협회장이 취임하면서 최고경영자(CEO)간 골프회동 등을 갖는 등 어느 때보다 협력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업체들간 유휴설비 스와핑 현상도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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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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