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국가들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에서 공식 졸업했다. 3년간 허리띠를 졸라매온 아일랜드 정부는 당장 소득세 감면에 나서는 등 긴축완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이날자로 공식 종료된다"며 "지난 3년 동안 긴축의 고통을 감내한 아일랜드 국민의 승리"라고 밝혔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아일랜드의 성공은 유로 경제가 서로 도우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지난 2010년 11월 EU와 국제통화기금(IMF) 및 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로부터 총 675억유로를 지원받아 유로존 국가 중 그리스에 이어 두번째 구제금융 투입국가가 됐다. 그러나 만 3년 만에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키프로스 등 다른 국가들을 모두 제치고 가장 먼저 구제금융에서 졸업하게 됐다.
현재 아일랜드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3.5% 내외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수익률을 모두 밑돌며 글로벌 채권시장에서의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215억유로의 현금을 비축해 최근에는 유사시에 대비한 IMF와의 신용라인도 체결하지 않기로 하는 등 자국 재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임을 과시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최근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내년 성장률이 1.7~2%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구제금융 졸업과 함께 아일랜드 경제가 '턴어라운드'를 달성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구제금융 졸업은 아일랜드 경제회생을 위한 첫 단계일 뿐 지속적인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EU 집행위도 보고서에서 내년 아일랜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부채 비율이 역대 최고치인 124%에 달할 것이라며 재정긴축과 민간채무 감축, 은행 수익성 개선 등이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업률도 15%대까지 올랐던 지난해보다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13%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그러나 내년부터 2년간 소득세 감면에 나서는 등 구제금융 졸업을 기점으로 일부 긴축완화 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누난 장관은 "소득세 인하는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어 회복기 아일랜드 경제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460만명의 아일랜드는 구제금융이 투입된 지난 3년 동안 280억유로 상당의 정부지출 감소 및 세금인상 등 혹독한 긴축을 감내해왔다.
이 기간 중 소득세는 43.5%에서 53%로 급증했고 대다수 공무원들의 임금은 대폭 깎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같은 긴축규모는 아일랜드 전체 경제의 20%에 상응한다.
FT는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졸업은 유로존 위기돌파 능력에 긍정적 기조를 더할 것"이라면서도 "내년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확대 가능성, 슬로베니아의 구제금융 가능성 등이 윤곽을 드러내면 아일랜드가 유로존 위기극복의 예외 사례가 될지, 첫 모범사례가 될지 판가름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