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반값 등록금의 해법

SetSectionName(); [송현칼럼] 반값 등록금의 해법 이경태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원장

반값 등록금을 둘러싼 시비의 해법은 우선 현재의 등록금 수준과 상승세가 보통 가정의 지급능력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다행히도 이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당사자인 학교와 교수ㆍ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내 실천해나가야 한다. 일부 사립 대학들의 과도한 적립금을 학교운영비로 전용하는 것이 그 중 하나이다. 적립금의 목적 중에서 건물 건설비가 주요한 항목을 차지하고 있다는데 학교는 건물신축과 학과증설을 통한 외형경쟁을 지양하고 내실에 더욱 치중해야 한다. 미국이나 영국의 대학들을 가보면 10년이 지나도 캠퍼스의 모습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해마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이전에는 공간이 풍부하고 쾌적했던 교정이 건물들로 채워져 답답하다는 느낌을 준다. 학자들이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을 비난하려면 먼저 학교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신의 직업으로 불리는 대학 행정직의 불합리한 처우와 고용보호도 합리적으로 조정돼야 한다. 교수들의 봉급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본인이 국책연구원장으로 근무할 때 경제학 박사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경제학회 채용시장에 가보면 미국 대학교수의 초임이 국책연구소의 초임보다도 높지 않았다. 반면 지금 한국의 교수봉급은 국책연구소 수준을 넘어선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교수들의 봉급을 깎자는 주장은 절대 아니다. 왜냐 하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봉급이 높은 직종은 교수 이외에도 많고 일반화하면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정규직은 거의 다 그럴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집값ㆍ사교육비ㆍ식비 등이 비싸 현재 봉급으로도 빠듯한데 어떻게 봉급을 삭감하겠는가. 그런데 사교육비와 학벌주의는 상승작용을 반복하면서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인사관리에서 출신학교를 말끔히 지워 버리고 오직 드러난 능력만으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먼저 공적인 인사기록에서 학교를 지우고 다음으로는 민간기업으로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날로 심각해지는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액봉급자가 양보하고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하는 소외계층에 더 많은 성장의 과실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이는 물론 학교가 할 일이 아니고 정치와 행정부가 할 일이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계층의 대승적인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고 많은 진보적인 인사들도 이 기득권에 포함돼 있다. 장학금의 수혜자를 가정형편이 어려우면서 학업이 우수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선정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가 교육기회의 균등이기 때문에 장학금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우선 지급돼야 하고 노력하는 자에게 보상이 가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려면 장학금은 우수한 학생에게 먼저 돌아가야 한다. 반값 등록금에 앞서 대학의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맞는 말이다.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하는데 등록금 인하의 재원을 국고에서 충당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부담이 막대할 것이고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귀착된다. 그런데 대학 진학률을 낮추려면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를 먼저 타파해야 한다. 대졸자와 고졸자를 이유 없이 차별하는 후진적 의식을 우리 스스로 버리지 않고 대학 진학률을 물리적으로 낮추려고 하면 과외열풍은 광풍이 돼 우리 사회를 흔들 것이다. 고등학교와 전문 직업대학 졸업자들이 능력에 맞는 일자리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는 풍토를 가꿔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대졸자들이 취업할 수 없는 일자리의 구획을 만들고 학벌이 아닌 직무성과중심의 인사관리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 여야는 반값 등록금을 놓고 지극히 소모적이고 단편적인 정치논쟁을 벌여 국민과 학생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좀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으로 실천적인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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