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목공방 '더 우드 스튜디오'

목공장비 1억5,000만원<br>웬만한 가구 '뚝딱' 완성

DIY의 여러 분야 가운데서도 기술적으로 가장 어렵다는 목공.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합판이나 MDF, 집성목 등의 소재가 아니라 전문 목수나 하는 걸로만 알았던 원목 가구 제작에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DIY 목공방이 있다. 프로페셔널들이 사용하는 전문 장비를 갖춘 것은 물론이고 30년 경력의 목수가 기술을 지도해 주며 목공예를 전공한 직원이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조언을 해줘 누구나 처음부터 원목을 다룰 수 있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 동천동 고기리 유원지 가는 길에 오픈한 목공방 '더 우드 스튜디오'(031-261-3004)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작업한다는 점은 동호회 식 운영 그대로지만, 한 차원 높은 DIY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이 목공방을 차린 사람들 또한 전문 목수가 아닌, 취미로 목공을 하는 사진가들이다. 취미로 시작했고, 더 높은 수준을 원한 뒤 아예 목공방을 차릴 정도로 DIY에 빠진 사람들이다. ■실력이 느니까 공구 욕심이 나더라 사진가 허호(47) 조남룡(47) 씨와 사진 프린트 전문가 김명성 씨(44)는 광고 사진계에서 알아주는 인물들. 허 씨와 조 씨는 매체에서 일하며 잔뼈가 굵었고 김 씨는 프린트로 유명한 사람이다. 세 사람은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데이라이트 스튜디오의 공동 대표다. 이들이 목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5년 전 자연이 좋아 교외에 목조주택을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경기도 수지에 목조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나무에 재미를 느꼈고 실내를 원목 가구로 꾸미고 싶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원목 가구와 생활 용품을 구하기가 어려웠고 가격도 비쌌다. 그럼 한 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시작한 게 목공이다. 처음엔 차고에서 대패질을 하고 톱질을 해서 테이블 의자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실력이 늘다보니 '장비의 한계'를 느꼈다.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 한다지만 아무래도 좋은 공구가 있어야만 좀 더 완성도 높은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결론. DIY 문화와 취미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한 서구는 어떤 식으로 목공방이 운영되는 지 보고 싶어 함께 미국을 가봤다. 허 씨는 "미국은 취미로 하는 사람도 전문 목수 뺨치는 사람이 많더라"면서 "목공을 취미로 가진 한국인을 우연히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DIY 잡지에는 전문가 수준 이상의 콘텐츠가 실린다. 취미로 하는 사람 중 상당한 '내공'을 쌓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세 사람은 미국에서 돌아와 목공방 오픈을 준비했다. 테이블 소(saw), 슬라이딩 소, 유압 및 수압 대패, 밴드 소와 집진 시설 등을 갖추는 데만 1억 5,000만 원이 들었다. 세 사람은 현재 연회비 350만 원을 내는 동호인들과 함께 매일 원목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스튜디오의 일이 끝나면 곧바로 목공을 한다. 회원들 중에는 DIY를 해 본 사람도 있고, 처음 해 보는 사람도 있다.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서로 도와가며 동호회 형태로 취미 목공을 한다. ■실력? 금방 늘어요 이들의 목공방을 가보면 일단 대형 기계의 모습과 그 소리에 기가 죽는다. 과연 누구나 기계톱으로 원목을 멋지게 잘라가며 원하는 가구를 만들 수 있을까. 허 씨는 이 같은 의구심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격려의 말로 날려준다. '하면 된다'가 DIY의 매력. 원목 목공도 마찬가지다. 공방에서 처음 배우는 것은 나무의 성질과 기본적인 공구 사용법이다. 테크닉은 꾸준히 실습하면 누구나 늘게 마련이다. 까다로운 것들은 서로 물어가면서 해결할 수 있다. 처음 DIY를 시작한 사람의 경우, 4인용 원목 식탁을 1~2개월이면 만들 수 있다. "기술이 늘어나는 정도는 사람마다 틀린데, 열심히 하는 사람의 경우 늦어도 2개월이면 4인용 식탁 하나 쯤은 만들수 있는 기술을 터득한다"는 게 허 씨의 설명. 동호인들끼리 서로 물어가며 배우면 금방 느는 효과가 있다. ■역시 보람이 최고 세련된 광고 사진가들이 밤만 되면 모자와 장갑을 끼고 목공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성취감이다. 재미와 보람 때문에 취미가 전문가적 수준에 이른 경우다. 목공으로 만든 작품에 대한 욕심도 크지 않다. 주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도 몇 점 없다. 허 씨는 "얼마 전 손수 만든 원목 요람을 새로 아기를 얻은 후배에게 줬더니 무척 좋아하더라"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을 만들고 남들과 나눌 수 있는 게 DIY의 진짜 보람"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공방이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취미생활을 진짜로 열심히 해서 성취감을 나눌 사람만 함께 작업하겠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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