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리하락과 자금 부동화

금리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증시마저 침체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의 예금금리가 3%대로 낮아지고 5년만기 국고채도 처음으로 4%대로 하락했다. 이처럼 은행의 예금금리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제도권에 대한 자금수요가 그만큼 저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가계대출도 거의 한계 상황에 이르면서 은행은 마땅히 자금 굴릴 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예금금리 인하는 은행의 수지악화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 할 수 있다. 고금리도 문제지만 금리수준이 지나치게 낮은 것도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게 된다. 우선 시중자금의 부동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저축에 대한 유인이 낮아지고 소비를 부추겨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 주식투자라도 활성화되면 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게 됨으로써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을 상쇄 시킬 수 있지만, 증시 역시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저금리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권교체기에 으레 나타나는 상승효과마저 없다는 것이 증시 주변의 관측이다. 최근의 증시침체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과 국제유가 불안 등 외부적인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주요 국의 증시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주가하락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증시침체를 전적으로 외부 요인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점에서 시중 자금의 부동화와 증시침체의 주된 원인은 정권교체기라는 과도기와 차기 정부의 정책방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으로 인해 투자계획 등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전략 수립이 어렵게 된다. 이것은 바로 자금수요 감퇴로 이어지는 한편 증시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트려 투자자들이 선뜻 주식에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는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의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최근 인수위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혁방향과 차기 정부의 정책기조 등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경제의 최대 교란요인은 불확실성이다. 세계 경제 환경이 어려운 때일수록 내부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개혁과 경제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개혁이라는 수술을 위해서는 경제안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경기부진 속에 제로수준의 금리하락과 증시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경제 펀더먼털의 문제를 나태는 신호일지 모른다는 점에서 정책차원의 관심과 대책이 요구된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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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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