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가 격노했다.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하기 위해 5일 오전 국회 국무위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金총리는 자민련 강창희 총무로부터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거부로 대정부질문이 무산됐다』는 보고를 받고 『뭐하는 사람들이야』라며 화를 냈다.
金총리의 진노대상은 한나라당도 포함됐겠지만 그보다는 국민회의쪽이었다는 게 당시 현장에 있었던 자민련 당직자들의 전언이다.
이 당직자는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거부가 여당 내부의 특검제에 대한 이견 때문이라는 보고에 총리가 불같이 화를 냈다』고 전했다.
金총리는 『국민회의 총재인 대통령과 내가 합의했는데 딴소리 하는 친구가 누구냐』며 국민회의 김영배 총재권한대행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金대행이 2일 김 총리의 특검제 확대수용입장을 밝힌 국회 답변 직후 기자들에게 『나는 국민회의 총재의 지시를 받는 사람』이라면서 『총리는 총리고 나는 나』라며 특검제 「몽니」를 부린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金총리는 이어 『(특검제를) 받자고 했고 하자고 했다』며 지난 1일 김대중 대통령과 특검제 문제에 대해 합의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저희당 총재가 나에게 맡겼어』라고 지적한뒤 『(국민회의) 혼자 해보라고 해』라며 수위를 높였다.
金총리의 격노한 모습에 함께 있던 김현욱 총장, 김범명 이상현 김고성 의원들도 움추러들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국민회의측을 염두에 둔 듯 『더 소리지르지 않도록 해』, 『소리지르면
좋지 않아』라고 말한 뒤 수행 비서관들과 함께 국회 의사당을 떠났다. 주변에 있던 일부 당직자들은 金총리가 자리를 뜨기전 나지막하지만 『결딴이야』라는 말까지 되뇌었다고 전했다./박민수 기자 MINSOOO@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