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자이탈 가속…한국경제 신뢰도 추락 우려

■ 자본수지 적자규모 '환란후 최대'<br>가뜩이나 달러 부족한데 외화유동성 불안 고조<br>고유가로 상품수지 흑자 급감 경상적자도 키워<br>국제수지 적자 총 82억弗… "유례없이 큰 규모"


지난 7월 국제수지는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사상 최대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대외여건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추락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상수지 적자 행진으로 달러가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의 자본유출마저 심화돼 외화 유동성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경상수지 한달 만에 적자 전환=경상수지가 6월 18억2,000만달러 흑자에서 7월 24억5,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선 것은 고유가 때문이다. 7월 중순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긴 했으나 수입 선적 기준으로 보면 대체로 한달 전 가격이 반영된다. 이에 따라 7월 원유도입 평균 단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31.2달러였다. 석탄ㆍ가스 등 여타 에너지 단가도 크게 올랐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상품수지의 경우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33.1%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유가상승 여파로 수입은 46.1%나 급증해 흑자폭이 6월 34억8,000만달러에서 7월 3억달러로 급감했다. 또한 여행수지 적자가 휴가철 영향으로 올들어 최대인 14억9,000만달러로 늘어났고 경상이전수지 적자도 7월 환율 안정으로 대기 중이던 대외송금이 불어나며 5억4,000만달러로 확대되면서 경상수지 적자폭을 키웠다. 여기에 6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일부 수입물량이 7월로 연기된 점도 경상수지 적자 요인으로 분석됐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자본유출=경상수지가 한달 만에 적자로 돌아선 사실보다 더욱 걱정되는 대목은 자본수지 악화다. 7월 자본수지는 외국인의 자금이탈로 57억7,000만달러 유출 초과(적자)를 기록했다. 4월 -3억9,000만달러, 5월 -12억5,000만달러, 6월 -39억달러 등 자본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말(63억7,000만달러) 이후 최고치다. 특히 증권ㆍ채권 등 증권투자수지에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에서 66억달러, 국내 채권에서 34억달러를 순유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증권투자수지는 사상 최대 규모인 88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바로 전달의 57억달러에 비하면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이다. 직접투자수지도 7월에 -12억1,000만달러로 전월의 -7억4,000만달러에 비해 악화됐고 파생금융상품수지는 거주자의 파생상품거래에 따른 순손실 등으로 7억1,000만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국제수지 악화로 한국경제 불안감 고조=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마이너스로 전체 국제수지는 82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제수지를 따로 집계하지는 않지만 극히 이례적인 규모”라며 유례없이 많은 액수임을 인정했다. 전문가들 역시 외국인의 자본이탈이 심상치 않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의 외국인 주식매도는 글로벌 사정 악화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한국시장에서 매도한 것이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기 힘들다”면서 “환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니까 서둘러 투자자금을 빼내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경상수지 악화는 유가가 하락하면 방어할 수 있지만 자본수지는 어떻게 손써볼 수 없다는 측면에서 2~3년 진행되고 있는 자본유출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가계ㆍ중기ㆍ외채 등 한국의 3대 빚이 너무 많아지는 등 한국경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만기에 앞서 미리 발을 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본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자본유출은 더 진행되고 이는 환율상승 등 한국경제의 불안감을 키우게 될 것”이라며 “이와 맞물려 9월 위기설 같은 우려가 간헐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