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중국 초나라 때 굴원이라는 사람과 그의 문하생들의 글을 모은 초사라는 책에 보면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는 대목이 나온다. 즉, 물이 맑으면 귀한 갓끈을 씻겠지만 흙탕물이면 때묻은 발을 씻겠다는 뜻으로 환경과 경우에 따라 적응하는 처신을 뜻한 말이다.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면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유리하게도 될 수 있고, 불리하게도 될 수 있다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주어진 환경의 좋고 나쁨을 떠나 환경이 좋으면 좋은대로 더욱 발전시키면 되고, 나쁘면 나쁜대로 잘 활용하면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러한 옛사람의 지혜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잘못 대처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았지만 IMF라고 해서 특별히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도성장만을 추구해 온 우리 경제는 어차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고 자산의 건전성이라든지 기업의 투명한 회계기준 등은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IMF체제하에서 일년이 지난 지금 기업의 구조개선, 특히 그중에서도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IMF타개책으로 아직도 진행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IMF라는 이 특수상황도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가 처한 환경을 탓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해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옛사람의 지혜가 담긴 고서 한 대목의 의미는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지혜로 이 IMF시대를 잘 활용해 경제의 선진화라는 목적을 이룬다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시련이 아니라 오히려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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