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한국産 청주 백화수복 점유율 80% 판매량 80% 이상이 제사주로 소비 ‘백제의 인번(仁番)이라는 사람이 미주(米酒) 빚는 방법을 가르쳐주어 그를 주신(酒神)으로 모셨다.’ 일본의 고대 역사서인 ‘고사기(古史記)’에 나오는 구절이다. 사케가 한반도에서 전래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남의 것을 ‘자기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일본인들은 청주(淸酒)를 일본의 국주(國酒)로 만들었다. 세계인들은 ‘청주(rice wine)란 곧 니혼쥬(日本酒)’라고 인식한다. 사실 맛도 일본산 사케가 국내산 청주보다 나은 게 사실이다. 술을 빚는데 쓰는 재료나 제조공정은 거의 비슷한데 말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시장의 경쟁 상황이 다른 게 가장 중요한 이유다. 일본엔 사케 제조 회사만 약 2,000개 정도나 된다.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당연히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찬바람 불면 생각난다~ '사케' "사케 빠져 소믈리에 그만뒀죠" 한국産 청주 백화수복 점유율 80% 한국의 청주 시장은 이와 정반대다. 한국에서 청주는 실질적으로 무경쟁 제품이다. 국내에도 청주를 생산하는 업체는 두산주류, 국순당 등 두세 군데에 불과하다. 브랜드 종류도 백화수복, 차례주, 천수만복 등 대여섯 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중에서도 백화수복의 사장 점유율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백화수복 독주 체제인 셈이다. 게다가 국산 청주는 대부분 제사주로 쓰인다. 판매량의 80% 정도가 제사상에 올라가거나 요리할 때 맛을 돋구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온전히 음용주로 팔리는 경우는 20%도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음용주로 판매된 비중은 전체 판매량 중 17.8%였다. 이마저도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진 수치다. 지난 2002년엔 그 비중이 9.8%로 10%도 채 되지 않았다. 이렇게 지난 4년간 음용주 판매 비율이 두 배로 뛴 것도 일본식 사케 열풍에 힘입은 바 크다. 이에 따라 국내 청주 업계에서도 음용 청주를 개발했다. 두산주류는 지난 5월 25일 ■‘다미사케(多味seke)’라는 음용 청주를 출시했다. 사케 열풍이 불기 시작한 지난 2004년부터 제품을 개발해 올해에야 시장에 선을 보인 것이다. 두산주류에서 청주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이재연 대리는 “최근 소비자자들이 일본식 사케를 선호하고 있어 이름과 디자인도 그런 식으로 만들었다. 일본 청주보다 저렴한 가격에 고급품질을 선보이고자 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주류업계는 여전히 청주를 중요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 시장 파이 자체가 소주나 맥주에 비해 현격히 작기 때문이다. 국내 주류 시장에서 소주와 맥주를 제외한 저도주 시장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매실주, 약주, 복분자 등을 모두 합쳐놓은 것이라서 온전한 청주 판매 비율은 이보다도 훨씬 작다. 이 대리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보면 조금 더 공격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청주의 특성 자체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우선 다미사케를 뿌리 깊게 정착시킨 후에야 다른 제품 출시를 고민할 예정”이라며 새 종류의 음용 청주 출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면중 기자 whynot@sed.co.kr 입력시간 : 2007-11-14 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