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이인실 통계청장

"저출산·고용문제 제대로 짚어볼 수 있는 통계 만들것"<br>인구감소등 원인 파악위해 소득계층별 출산력 개발중<br>"새 통계 만드는것도 좋지만 관리·심사가 더 중요하죠"



"엇비슷한 통계는 참 많은데 꼭 필요한 통계는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저출산과 고용 문제를 제대로 짚어볼 수 있는 통계들을 새롭게 개발해보겠습니다." 민간인, 그것도 여성 출신으로 국가통계를 책임지는 조직의 수장에 앉은 지 다음달이면 벌써 1년. 이인실(사진) 통계청장은 11일 경인지방통계청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사회복지 분야 통계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청장은 "인구감소와 저출산 원인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소득계층별 출산력을 개발하고 있다"며 "고용통계 역시 일자리 창출 정책을 충실히 뒷받침하기 위해 사업체 규모별 취업지표는 물론 고용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국제결혼이 늘어나는 것을 반영해 다문화 가족 인구통계도 조만간 선보일 것이라는 점도 얘기했다. 그는 "예산을 들여다봐야 유사중복 통계를 잡을 수 있는 만큼 올해부터 각 부처가 통계관련 예산을 짤 때 통계청 직원이 참여해 심사하도록 했다"며 통계청을 명실상부한 국가통계의 중심기관으로 거듭나게 할 뜻을 내비쳤다. 이 청장은 "많은 통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통계청과 각 부처들이 생산하는 통계의 품질을 관리하고 심사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부처, 외청 중 건국 이래 처음으로 민간 출신이자 여성 청장으로 취임하셨는데요. 지난 1년을 되짚어본다면. ▦통계청이라는 조직 자체가 텃세가 있거나 닫힌 조직이 아니잖아요. 때문에 적응하는 데 무리는 없었어요. 전임 청장님들에게는 통계청장이라는 자리가 거쳐가는 곳이었겠지만 저는 더 갈 데가 없잖아요. 당연히 단기간에 성과를 낼 욕심은 없습니다.(웃음) 공조직이 민간보다 다소 속도가 더디기는 하지만 원칙과 방향이 명확한 만큼 업무를 처리하는 데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취임 이후 기억에 남는 큰 일을 꼽아보신다면요.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개최된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포럼입니다. 통계청 개청 이래 처음으로 대통령이 참석했고 OECD 사무총장,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등이 참가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통계청이 왜 그런 행사를 하냐고 물으시는 분도 있는데 선진국일수록 통계의 중요성이 크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통계 분야의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발전의 측정, 삶의 질 향상 측정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대내외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국가통계위원회가 새롭게 꾸려졌습니다. 어떤 기구인가요. ▦국가통계 발전전략을 심의ㆍ의결하는 통계 분야의 우리나라 최고 기구입니다. 과거 통계청장이 주관하는 통계위원회가 있었지만 별 성과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교육과학기술부ㆍ행정안전부 등 11개 정부부처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등 총 27명으로 구성됩니다. 통계 인프라와 통계생산 프로세스 등 통계 전반에 걸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보다 정확한 통계 개발로 앞으로 통계가 국가의 기간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이바지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통계는 다양하기는 한데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현실입니다. ▦청장 취임 전 경제학자로 통계를 이용할 때마다 답답했던 적이 참 많았어요. 분명 엇비슷한 내용인데 통계 숫자는 제각각이어서 당혹스러웠던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각 부처들이 필요할 때마다 자체적으로 통계를 만든 뒤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많은 부처들이 직접 통계를 작성할 때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한꺼번에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범정부적 차원에서 국가통계가 개발ㆍ관리ㆍ활용될 수 있도록 통계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자리 창출이 정부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실업통계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그런데 정작 실업률 통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상당합니다. ▦통계청이 생산하는 고용지표들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작성되고 있습니다. 통계로 표현해야 하는 것과 현실과의 괴리 문제인데 통계청으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공식지표와 주관적 체감 간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보조 지표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동태적 고용지표, 즉 한 사람이 고용지표상에서 어떤 신분의 변화를 겪었는지를 만들고자 합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충실히 뒷받침하기 위해 사업체 규모별로 취업자 지표를 만들고 고용 안전성과 수입ㆍ복지혜택ㆍ근로조건 등 고용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고용지표들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물가통계에 대한 불신도 상당한데요. 무엇보다 장바구니 물가와 물가지표 간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물가통계 역시 체감물가와 지표물가의 차이에서 불신이 쌓이는 것 같아요. 지표로서 물가통계는 모든 물품을 아우르고 있지만 체감물가는 내가 쓰는 것에만 관심이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무조건 수요자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지표와 체감 사이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지표품목 선정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취임 초, 사회복지통계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얼마나 진척됐습니까. ▦경제통계에 비해 사회통계 인프라가 취약한 게 현실입니다. 우선 인구감소와 저출산의 원인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소득계층별 차별 출산력, 신생아 사망통계 등 다양한 인구통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국제결혼이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다문화 가족 인구통계도 조만간 선보일 것입니다. 이밖에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방의료 이용실태통계, 자원봉사 참여통계 등 다양한 통계들이 현재 개발되고 있습니다. -행정자료를 활용한 통계개발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국세청 자료를 받아 통계작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얼마나 진전됐습니까. ▦사회가 변화하면서 직접조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직접조사의 공백은 결국 행정자료를 활용해 채워야 합니다. 지난해 국세기본법 개정에 따라 사업자 등록ㆍ부가가치세, 법인등기자료 등을 받았고 앞으로 종합소득세ㆍ4대보험ㆍ국민연금 자료 등을 받을 예정입니다. 자료를 받는다고 곧바로 통계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막대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만 활용가치 있는 통계로 재탄생되는 것입니다. 이 자료들을 연계해 오는 2011년 경제 총조사 및 2012년 전국사업체 조사 등 경제통계조사에 활용하고 취업자의 4대보험 가입 여부를 통한 사회 안전망 분석까지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런 통계만큼은 손을 볼 필요가 있다고 보시는 게 있는지요. ▦아픈 현실이지만 부실한 통계가 많습니다. 지역통계가 대표적입니다. 지역통계 부실로 평가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자치단체장들이 아가씨축제 같은 생색 내기에만 치중하고 있습니다. 지역통계를 보다 강화해 지자체를 평가할 때 일자리를 몇 개 만들었는지, 녹지사업은 어떻게 했는지 등을 공평한 지표로 써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역발전위원회ㆍ총리실 등에 통계청 직원을 파견했습니다. 부동산 통계도 늘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자산 중 80%가 부동산인데 부동산 통계가 너무 부실합니다. 통계는 많은데 쓸 만한 게 없다는 지적이 내부적으로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토해양부 등과 협의해 실무자들과 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통계품질 향상을 위해 차근차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제가 확실히 매듭을 지으려 합니다. ◇약력 ▲1956년 서울 ▲경기여고,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미네소타대 경제학 박사 ▲1989년 미국 휴스턴대 경제학과 조교수 ▲1992년 하나경제연구소 금융조사팀장 ▲1999 년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조세연구실장 ▲2000년 한국경제연구원 금융, 재정연구센터 소장 ▲ 2002년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금융발전심의회 정책분과위원회 위원 ▲2003년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 ▲2004년 한국여성경제학회 회장 ▲2006년 서강대 경제대 학원 교수, 한국경제학회 이사 ▲2009년~ 제12대 통계청장
첫여성 민간인 출신… 소통의 리더십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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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청장은
10월 인구센서스가 올 최대과제
난방 종류·자전거 소유등도 조사


지난 2009년 5월, 이인실 통계청장의 취임에 관가는 적지 않게 놀랐다. 기획재정부 고위관료의 승진자리 정도로 여겨졌던 통계청장에 민간인, 그것도 최초의 여성 민간 출신이 들어서자 보이지 않던 텃세도 만만치 않았다. 이 같은 어려움을 이 청장은 정면돌파 전략으로 풀어나갔다. 민간 출신답게 현장에서 숨김없이 '할 말은 하는' 모습에 고위관료들이 오히려 먼저 마음을 열었다. 저녁 자리에서는 폭탄주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직원들과 만난 뒤 직접 휴대폰 문자메시지까지 보내며 감성경영, 소통의 리더십을 실천했다. 이 청장의 올해 최대 과제는 오는 10월부터 시작되는 인구주택총조사(인구 센서스)다. 5년마다 전국 모든 가구를 방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인구 센서스에만 통계청 1년 예산(2,000억원)과 맞먹는 1,800억원이 들어가고 연인원 11만9,000명이 동원된다. 미국에서는 센서스를 모든 예산집행과 지역구 재조정 등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정치인들과 각 인종별 커뮤니티가 적극적으로 나서 센서스 참여를 독려할 정도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센서스에 대한 인식이 미미한 게 사실이다. 올해 인구 센서스에는 그린 센서스 개념이 도입돼 난방시설 종류와 출퇴근 교통수단, 자전거 소유 여부 등이 조사되며 외국인 거주자에 대한 조사도 실시된다. 센서스 역사상 처음으로 인터넷 센서스가 30% 반영된다. 1인 가구의 증가 및 낯선 방문자를 꺼려 하는 사회풍조 등 때문에 현장방문이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인터넷 센서스를 시작으로 통계청은 2015년 센서스에서는 방문조사를 폐지하고 전부 인터넷 조사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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